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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김윤숙 시집 '저 파랑을 너에게 줄 것이다'의 시(6)

by 김창집1 2024. 9. 22.

 

 

추정

 

 

뱃멀미 추자도는

 

가을 깊어 취한 듯

 

머리부터 발끝까지 달라붙는 액젓 냄새

 

품에 어머니 체취, 걸러 담은 염분 같아

 

순순히 은빛 생애

 

온전한 독립은 없어

 

물맛도 밥맛도 한 모금 믹스커피도

 

한데 다 스며들라는 말씀

 

여기에 와 다시 듣네

 

 


 

초희楚姬

 

 

산정호수 물빛에 얼비치는 그림자

 

조선의 탑 허물던 그이가 예 있는지

 

바람에 실리는 파랑 파도 소리 헛듣네

 

사라오름 한라돌쩌귀 땀에 젖는 초가을

 

발에 채는 잡풀 더미 마음 앞서 오른 건

 

한 자락 쳐올린 파도 받아 내린 문장들

 

에돌아 에돌아가 남김없이 펼쳐놓은

 

나침반 사람의 자리 눈부셔 글썽이는

 

홍단풍 오래 번지네 당신의 길이었네

 

 


 

혼자 가는 숲

 

 

하늘에 먹지를 대고 별들을 그러모아

 

수국수국 마흐니 밝힌 용암 길 이슥히

 

매일 밤 독학자처럼 나를 세워 걷고 또 걷는

 

 

                          *모네  '양산을 든 여인'
 

 

단란한 가족

 

 

언덕배기 산책길  양산을 든 여인>*

 

햇볕 고이 받든 뜨거운 한낮이다

 

몰려온 솜털구름 위

 

휘날리는 바람 한 점

 

저 푸른 광휘는 초록을 짓이기며

 

다시 오지 않을 한순간을 기록해

 

이 떨림, 다시 을까요

 

당신과 아이,

 

우리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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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의 그림 제목.

 

 

* 김윤숙 시집 저 파랑을 너에게 줄 것이다(가히, 2024)에서

 

 

                          *모네  '양산을 든 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