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제비 - 김항신
수깔로 떵으네 수제비엔 ᄒᆞ던 날
ᄌᆞ베긴 손봉오지로 ᄌᆞᆸ아댕견 놧갯주
모ᄆᆞᆯ ᄌᆞ베긴 몸풀젠 놔시카
난 먹어보도 못흔 시절
지실 ᄌᆞ베긴 감자로 멩근 것이엔 헤도
난 먹어보도 못ᄒᆞᆫ 비발애기
보리 ᄌᆞ베긴 신 사름덜 먹는 거렌
ᄀᆞᆯ암ㅅ주마는
우리어명 막불 ᄀᆞ를 ᄀᆞ져당
메리치 서너개 송키영 드리치민
국물만 후룹후룹 ᄒᆞ던 맛
아덜도 나 닮안 국물만 후루룩
♧ 미스타페오 – 문경수
엊저녁 여름 바다의 서러운 불새여 나 눈 멀기 전 남김없이 밤으로 간다면서 하늘에 하안 깃털을 흘리고 갔구나 눈 어지르는 한치 잡이 배 무리 앞에서 설원의 추위를 견디는 동안, 어떤 울음소리는 무릎걸음으로 오는 듯하더니 내 맘을 빗겨가고 너는 내 이랑진 눈망울에 등지를 틀고는 죽지도 않고 멋대로 오가는구나
♧ 남양여인숙 – 문무병
나의 굿시 <남양여인숙>은
구중(舊中) 동네 문(文) 할망집에서 시작합니다.
기다림의 말이며 생활일기이며
신화 같은 인류학 보고서이기 때문입니다.
“난,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구중 동네 우리 할망집에 살았수다.”
구중과 동문동 사람이
바당 가는 길, 부두 배 타러 가는 이 길은
내가 구중 동네 중심에 있던
문 할망 집 마당에 아열대 화원이 있는 집,
우리 할망의 재주와 솜씨를 배우러 오는 사람 많고
언제나 마루가 깨끗하여,
인택이의 셋째 아들 무병이가 조금 더럽혀도
티나지 않게 빈질빈질한 우리 할망집은
제주 제일의 초가집이었지요.
할망 좋아하는 작은 손자가
학교 가고 할망집에 심부름 가는 길이
남양여인숙의 첫 번째 길이었지요.
이 길은 남양여인숙에서
서쪽의 화력발전소(지금의 변전소)를 지나 한라산쪽(남) 지장샘 동산길 입구에
지장각물(산지물 중 하나)이 있고, 동산 중간에 동미륵밭과 물통을 지나면
동산 끝에 청근이네 방앗간을 지나고 노동의원부터 동문동 가는 사택동네를 지나면
동으로 동초등학교 서로 동문로터리 북으로 구중동네로 나뉘는 ‘제일교 사거리’서
구중동네 들어서면 문홍태네 방앗간을 지나면 우리 할망집인데
우리 할망집 서녁집(신형 기와집)은 잘난척하는 욱의 형네 집이고
여기서 동녁 올레를 지나면 동녁집(구형 기와집)은
내가 좋아하는 누나 방이 있었고,
할망집 남쪽 동산엔 외짝문만 보이는 염태봉 하르방집
그 집 문간방은 우리 할망의 친구 ‘요망진’ 요맹이할망이 살았고
길 건니에는 구중 동네 큰심방네 집도 있었지요.
---
*요망진 : ‘요망지다’는 똑똑하고 야무지다.
* 요맹이 : 야무진 사람.
♧ 북극성 – 양동림
여기 가만히 있을께
놀다가 외로워지면
혹은 일하다 지치면
이리로 와
어디서 무엇을 하든 가끔은
여기를 기억해줘
아빠는 항상 이 자리에 있을께
♧ 비양(飛揚) 1 – 서안나
섬은 자신을 끊임없이 날으리라
비양(飛揚)
갑자기 날아왔다는 섬
동국여지승람에 기록되어 있다
섬은
죽은 것인가, 죽음을 끝내고
죽음을 끌고 오는 자인가
서 있지만 서 있지 않고 걸어가지만 나아가지 않는다
섬 속의 별자리들이 출렁거린다
펄랑못을 건널 때
누군가 이 섬에는 묘지가 많지 않다고 했다
섬에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죽은 자를 바다로 돌려보내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바다를 가두어 못을 만들고
황근을 심어 불멸을 기원하던 자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죽은 자의 손톱 같은 둥근 습지 식물과
가마우지가 부표처럼 섬을 떠받들고 있다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뒤돌아보면
섬이 고요했다
무꽃과 완두콩 줄기가 심의 바깥을 감아 오르고 있었다
대숲을 지날 때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자꾸 일어섰다
여객선을 따라오는 갈매기와
모터에 깨어지는 섬을 오래 바라보았다
물결에 갈라지고 찢기고 부글거리고 뒤섞이고
물의 절벽으로 추락하여
단숨에 솟구치는
부석(浮石)
돌이 쓴 문장마다 별이 뜬다
비양(飛揚)
* 계간 『제주작가』 여름호(통권 85호)에서
'아름다운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월간 '우리詩' 9월호의 시(6) (1) | 2024.09.30 |
---|---|
김윤숙 시집 '저 파랑을 네게 줄 것이다'의 시(7) (4) | 2024.09.29 |
월간 '우리詩' 9월호의 시(5) (3) | 2024.09.27 |
조직형 시집 '천 개의 질문'의 시(5) (1) | 2024.09.26 |
월간 '우리詩' 9월호의 시(4)와 감 (2) | 2024.0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