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 추모작품]
♧아무도 없었다 - 김경훈
-진도 팽목항에서
거기, 방파제 중간쯤
주인 잃은 신발들만
걸음을 멈추고
아무 것도 없었다
눈앞에서 뻔히
모든 걸 삼킨 바다에도
이어중간 구름길 바람길에도
피울음 삼킨
먹먹히 에인 가슴들만
빈 하늘에 나부끼고
거기, 살아 있는 이
아무도 없었다
다만, 눈감고 뻔뻔히
조난된 정부
해체 된 국가만
비닐 쓰레기로 날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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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3주기 추모 시집 『꽃으로 돌아오라』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2017) 수록
♧ 잔등(殘燈) - 강덕환
예비검속과 세월호
바다에서 숨져간
두 사건의 영혼을
한꺼번에 인양하기엔
너무 버거웠을까
해원상생굿을 집전하던
서순실 심방
여러 차례 숨비며
자꾸만 허우적이는데
수장(水葬)이 아니라
익살(溺殺)이이서 그랬을 것이라고
음복하던 이들이 입을 모으던
그해 4월
♧ 세월호 에어포켓 – 김규중
국어 샘이
팽목항을 지키는 마지막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들의 시신을 며칠 후 찾고 장례를 치루고
다시 생업으로 돌아가 생활하고 있었는데
죽음보다 더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세월호가 침몰하고 하루가 지나 찍은 영상이
선배에게 보낸 영상이 아들의 휴대폰에서
나온 것이다.
차가운 바닷물과 시커먼 선체 사이 조그만
공간에서 하루 넘게 살아 있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생업을 정리하고 다시
팽목항으로 돌아온 거야
샘, 물속에서 어떻게 하루 넘게 살아남을 수 있어요
응, 그것은 에어포켓이라는 것 때문이야
비닐봉지를 물속에 뒤집어씌우면
공기가 올라 비닐봉지가 팽창하게 되는 것이 그것이야
나는 더 이상 묻지 않고
집에 와서 실험을 해 보았다
비닐봉지여서 금방 얼굴에 붙고 코를 막았지만
수학여행인데
저 좁고 어두운 공간에서
가장 마음이 들뜨는 여행인데
♧ 물의 아이를 위해 노래함 - 김병심
물방울 속으로 조그만 아이가 들어 왔다
물방울에 들어갈 만큼 작은 가방과 교복을 입고
뭍의 학교에서 왔다
뭍에서는
별과 바람과 시를 좋아했다는 아이
별 헤는 밤을 올려다보는 게 아이의 기쁨이라고 했다
- 뭍에서 물로 옮겨가는 삶은 불길하다고 그랬지. 그래서 뭍에서 밀려오는 것들을 막는 게 어머니의 일이라고. 비창을 들고 내려간 물 아래에서 어머니는 노래한다고. 어머니의 노래에 아이의 영혼이 따라오면 부정 타지 않고 이어도로 갈 수 있다고. 그래서 아이는 눈물 없이도 다음 생을 살 수 있다고 했지.
- 정어리 떼가 빙글빙글 도는 물 천장을 쳐다보는 조그만 아이가 시를 쓸 수 있게 말이군요. 바람이 불어오는 물결의 문양 따라 춤을 출 수 있게. 고흐처럼 말이지요.
- 언제나 고개를 드는 아이는 눈동자가 빛났지. 별처럼 빛났고 투명했고 산뜻했어. 내 아이 같았지.
- 내 어머니와 할머니도 노래했어. 뭍으로 다시 떠나라고 노래했고. 삶을 옮기는 일은 위험하다고 신호를 보냈지.
잃어버린 뭍에서 별빛이 내려오면
숨을 쉬라고
숨비소리는 노래가 아니라 타전하고 있다
물방울 소리 아이는 분명 거기에 머물고 있으므로
옮겨달라고.
♧ 나는 대한민국의 어미다 – 김섬
넋 나간 어미가 소리친다
나오라고 어서 나오라고
얼른 어미한테로 오라고
세상에 이런 일이 이니 있냐고
발버둥 치며 안간힘 쓰며
물에 잠겨 몸부림치던 아이
끝내 어미의 손을 놓아버린다
어미가 뛰어내린다
내 새끼 잠긴 물속으로 텀벙
뛰어들어 젖은 내 새끼를 덮어 품는다
같이 죽을 써늘한 얼음물 속에서
먹먹히 부둥켜안은 한 몸
세월은 그렇게 멈추었다
어미라는 건 참으로 몹쓸 본능
물에 빠진 내 딸을 건져 품고
겁에 질린 내 아들을 덮어 품는
어미라는 건 참으로 위대한 본능
어미가 기는 길을 막지 말라
아이 하나 지켜내지 못한 국가여
아이들 죽음조차 바로 세우지 못하는 국가여
많이 낳아 애국하자 외치기 전에
자식 품은 어미의 품을 짓밟지 말라
반만년의 대한민국을 낳아 키운 건
바로 어미다
자식을 앞세운 어미가 산목숨이더냐
어미가 가는 길을 열어라
어미가 지키는 길을 지켜라
억겁의 대한민국을 낳아 기른 어미다
나는 대한민국의 어미다
*제주어 시집『ᄒᆞᆫ디 지킬락』(각, 2020) 수록
*계간 『제주작가』 가을호(통권 제86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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