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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장영춘 시집 '달그락, 봄'의 시(12)

by 김창집1 2024. 10. 18.

 

 

ᄀᆞ시락당

 

 

어깨만 들썩여도

수평선에 두 손 모으며

백지 한 장, 쌀 한 사발 용연다리 건너서

누구의 발길이었나 향냄새 진동하네

 

때로는 잔잔한 바다

왜 이리 낯설까

밀리고 떠밀리다 부서지는 파도처럼

아득히 저 멀리에서 웅크리고 있느니

 

바다를 운명으로

펄럭이는 촛불 앞에

촛농으로 녹은 마음 촛농으로 아우르며

오늘도 안녕을 비는 바다의 수호자여

 

 


 

하늘 연못

 

 

연못 위로 퍼져가는 주름진 하루가

아침햇살 등에 업고 윤슬로 반짝이는

설문대 신의 품으로

한 발짝 다가선다

 

찰랑찰랑 숨소리 죽이며 주문을 걸듯

딱 저만큼의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는

언제나 옹달샘처럼 넘치지 않게 하소서

 

이곳에 흠 있는 자, 네 죄를 사할지니

요단강 성령의 비둘기 하늘 위로 날아들고

돌 문화 하늘 연못엔

고해성사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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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연못 : 설문대할망 솥단지를 표현한 제주돌문화공원 연못.

 

 


 

한라산의 겨울

 

 

추울수록 뜨거워지는 민초들의 결기처럼

 

눈 쌓인 선작지왓 서로 등 기대고

 

밟히면 더 단단해지는 뿌리들이 여기 있다

 

 


 

그날, 이후

 

 

한 치 앞도 알 수 없어 얼떨결에 벗어 던진

 

섯알오름 제단 위에 불도장처럼 놓여 있는

 

아직도 맨발이십니까 검정 고무신 한 켤레

 

 


 

달그락,

 

 

기다린 당신의 봄은

어디에 있습니까

 

그 겨울 골목길에 발소리도 낮추며

살아서 돌아오리라 울먹이던 아버지

 

몇 번의 계절 앞에

당신은 오지 않고

 

무작정 찾아든 숲, 빗금 친 날들 사이

풀뿌리 근성으로 견딘 발자국이 뜨겁다

 

꽁꽁 언 낮과 밤

봉인된 시간을 풀며

 

달그락 숟가락 소리, 얼음장 녹는 소리

드디어 재회를 꿈꾸는 얼음새꽃 떨리는 손

 

 

                      *장영춘 시집 달그락, (한그루, 2024)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