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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양순진 디카 시집 '피어나다'의 시(3)

by 김창집1 2023. 10. 26.

 

 

아버지의 물집

 

 

어릴 때 사다 준 크레파스로

당신의 손바닥 그렸습니다

찍히고 긁히고 갈라진 가뭄 밭

오름처럼 볼록이는 물집까지

지금쯤 터지고 납작해져

 

 

 

 

이석증

 

 

숨긴다고 허물 가려지나

덧댄다고 흠집 숨겨지나

바람이 흔들리며 가듯

구름이 묵묵부답 떠가듯

하늘과 땅 지표로 버티면 되지

 

 

 

 

사랑의 전령사

 

 

빼어난 자태 뜨거운 마음

잊을 수 없어

가을바람 편에 사뿐

 

당신을 사모합니다

 

 

 

 

탐라의 노을

 

 

아직 꺼지지 않은

삼별초의 눈빛 이글거린다

넘어지며 고꾸라지며 넘던 저 능선,

오늘은 탐라의 후예가

쇳불 당긴다

 

 

 

수장水葬

 

 

너도 한때는 물 바람 돌 틈에서

청춘 있었고 주인공이었겠지

지금은 특보랄 수도 없는 주검

물양귀비만이 조문객이구나

 

 

 

      *양순진 디카 시집 피어나다(책과나무, 2023)에서

      *위 사진은 책의 것을 베낀 것이어서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