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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혜향문학' 2024년/하반기호의 시(2)

by 김창집1 2024. 12. 29.

 

 

엉겅퀴 김대봉

 

 

칠월 가시소왕이 노을타면 꽃이 핀다,

한라산 저물녘 바다 자주색 물들여 놓고

도심의 황홀한 야경, 가시별이 걸렸다

 

도두봉 서녘에서 별도봉 앞바다까지

시사랑 노래 실은 유람선 크루즈호 타고

바닷길 하늘 길에도 가시별꽃 빛났다

 

 


 

농무濃霧 - 강태훈

 

 

오름에 둘러싸여 곧게 트인

녹산로 길도 아득하기만 하여라

 

계속되는 장마 속에

자욱하게 깔려 드는 짙은 안개

 

저기 우두커니 서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희미한 실루엣

 

가까이 가서 보았더니

어미 소와 귀여운 송아지였네

 

꼬리를 계속하여 흔들고 있다

만나서 반갑다는 신호이리라

 

가끔 이곳을 지나갈 때마다

스스럼없이 만나는 정겨운 벗들.

 

 


 

착각 - 곽경립

 

 

가난한 자에게 위로는 호사

불행한 자에게 연민은 환상

비굴한 충족은 구걸

비열한 자아는 절망

인간은 신의 모습으로

울지도 웃지도 못하면서

값싼 동정으로

천국행 티켓을 구하려는 망상증 환자.

 

 


 

꽃무릇 뜰에서 곽은진

 

 

붉게 물든 뜰에 서서히 피어난 꽃

마치 불꽃이 대지를 감싼 듯

가을 햇살 아래 선연한 그 빛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덧없는 아름다움

 

잎과는 만나지 못하는 운명을 지닌 채

홀로 피어 붉은 물결을 이루네

그 뜰에서 느껴지는 고요한 외로움

짧은 순간 영원히 기억될 것처럼

 

꽃무릇 뜰을 거닐며 생각하네.

이별과 그리움이 피워낸 찬란한 빛

 

 

                  *혜향문학회 간 혜향문학2024/하반기(23)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