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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제주시조' 2024 제33호의 시조(8)

by 김창집1 2025. 1. 26.

 

 

이애자

 

 

방파제에 나앉아 바다를 바라보네

힘차게 경쾌하게 빠르게 간결하게

한 무리 남방큰돌고래 음표처럼 지나가네

 

오물락이 들어갔다 오물락이 나왔다

해녀도 오물락 돌고래도 오물락

저들도 젖먹이끼린 호흡이 맞나 보네

 

모슬포 앞바당에 남방큰돌고래 산다네

모슬포 앞바당에 텃바람이 산다네

그 바람 그 돌고래도 주파수는 통하나 보네

 

귀신풍차 모셔다 바람팔이 한다면

우왕좌왕 돌고래떼 소통장애 생긴다면

이 바당 혼디 나누명 느영나영 살까 몰라

 

 


 

입과 규범 이창선

 

 

배드민턴 세계제패 금메달 소식에

일어서 손벽 치며 환호하던 기쁨도

안세영

영종도 공항

로비서 기자대담

 

내 몸에 입은 가장 중요한 기관이다

근래에 입법기관 필리버스터 하고 있다

옛말에

칼로 안 잡앙

입으로 잡나 했다

 

 


 

어떤 비수 임태진

 

 

바람처럼 지나가다 가슴을 푹, 찌른다

너무 많이 먹어서 배불러 죽겠다는 말

지구촌 어딘가에선

간절하고 간절한 말

 

때로는 뜬금없이 숨통을 파고든다

무심코 흘려보낸 농담 같은 그 말이

가난한 영혼들 심장에

예리하게 박힌다

 

 

 

 

공벌레와의 하루 장영춘

 

 

어리목 입구에서 우연히 마주한

바위 밑 공벌레가 또르르 말린다

 

반나절 그 자리에서

붙박이가 된 아이

 

햇볕을 마주하지 못한 날이 길어질수록

눈이 부셔 세상을 마주하기 힘들어요

 

또르르 또 또그르르

말리고만 싶어져요

 

저 멀리 키이우 건물들이 무너져 내린 날

방공호 지하에 갇혀 꼼짝달싹 못 한 채

 

한 소년 글썽이던 눈물

바람이고 별이었네

 

 


 

기후재난 앞에서 장한라

 

 

허울 좋은 명제를

가슴팍에 걸쳐놓고

운명이라 덧씌우는

외곽의 오만함

 

옥죄는

붉은 행진에

고난의 깃발 세우는

 

 

                    *제주시조시인협회 간 제주시조2024 통권 제33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