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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강윤심 시집 '속울음으로 꽃망울 맺고'의 시(1)

by 김창집1 2025. 4. 29.

 

 

시인의 말

 

 

잔잔한 풀꽃 그려진 고무신 신고

첫 시집을 맞이한다

 

어느 날 귓전에 안녕

여운을 남기고

사우디아라비아

2년 동안 색동 항공우편 연서

 

초야의 밤은 경주에서

촛농으로 흐르는

뜨거운 사랑을 품었다

 

그 후 30여 년 삶의 여정

가시 엉겅퀴 붉은 울음이다

천둥소리로 눕는 새벽바람

그리고 빗물

 

어느 여름날

어린 여식을 위하여

바람 드는 쪽문에 차롱밥 달아놓고

바릇 가신 아버지 닮은

당신의 사랑으로 펜을 놓지 않았다

 

사랑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하여

소리 없는 눈물의 삶을 시어로 엮었다

 

하늘에 별정기 흐르는

새벽바람을 향해

목젖으로 크게 부르고 싶은 이름

강 일 사랑한다

 

 

                  20253월 소연이 생일날

 

 

 

 

연밥

 

 

갈빛 물든 식탁에 앉아

한 장두 장 연잎 펼치며

아직도 우리 사랑

접을 수 없는 작은 연못

물그림자

 

한 그루 나무 그늘 마당

참새 떼 불경 읽는 다담에서

그리움에 노랑노랑 생강꽃 핀

산나물무침 한 수저 눈물 고봉

 

정성으로 저마다의 사연 싸매며

진흙에서 피어오르는 깊은 묵언 수행

 

 


 

막걸리 한 잔

 

 

그를 보면 첫사랑

젖다 웃다 또 한잔

블랙커피보다 달달한

믹스커피 생각난다

 

터미널 가마솥 순댓국

매일처럼 쌀뜨물 뽀오얀

그리움으로 그이가 오다

 

폭풍우 바람이다

까마귀 하늘 눈밭이다

봄꽃으로 오는 그를 보며

 

천 원 지폐와 손바닥에서

검지로 헤아리는 동전닢

지극한 표정을 짓는

얼굴 가득 번지는 미소

아들 그리고 노모님 모신다죠

 

 


  

클린하우스

 

 

가게 일 끝나고 돌아오는 길목

클린하우스 음식 통을 열고

거름망에 걸려 있는 소화불량

체증을 털며 눈시울 붉다

 

불빛 희미하게 안개비 내리고

전봇대 위로 하늘하늘 하늘레기

대여섯 개 달린 목숨 질긴 마른 줄기

서쪽 밤하늘 허리 굽은 하현달

꽃눈 닮은 울 언니

아무렇게 버려진 포장끈

살얼음 털어내며 묶던 밴딩 끈

지주 풀리기만 하여 적막한

 

봉숭아 꽃물 든 손톱 아리며

저토록 묶어 단장하셨구나

클린하우스 작은 의자 빈 그림자

 

 


 

씨 싸이드 카페

 

 

슬픔의 저변에는 어떤 그리움인가

겨울바다는 포구 안에서 조물조물

물수제비뜨고 있다

 

들물인 듯 썰물인 듯 깊은 듯 얕은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누구에게는 이별 같은 저음의 음악이

피아노 건반 위를 커피 향내로 젖고 있다

 

우리 사랑하였나

내게 물어볼 수 있는 시간

깊은 겨울바다 속내 울음 묻어 놓고

오롯이 바윗돌로 나앉아 있다

 

 

 

                *강윤심 시집 속울음으로 꽃망울 맺고(한그루, 2025)에서

                          *사진 : 새우난초(한라생태숲,   2025. 4.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