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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김수열 시집 '날혼'의 시(3)

by 김창집1 2025. 5. 2.

 

 

양 가달

 

 

  절물 편백숲에서 생태숲으로 나오는 샛길 걷는데 이 길도 그 길 저 길도 그 길 같아 잠시 망설이는데 마침 마주 오는 아주머니 한 분 있어 길을 묻는다 그 아주머니 위아래로 쓰윽 훑더니만 고사리 등짐 살짝 추스르고 섬놈답지 않은 섬놈에게 조근조근 말씀하신다

 

  저래 굳장 가당 보민 양 가달이 나옵니께 그디서 노단착으로 호쏠 노려사민 질이 뵈려짐니께 해천바레당 양 가달 넘어살 수 이시난양 맹심해사 해요 혼저 저래 굳장 가보세요

 

 


 

삼도리 해녀 대장

 

  아버지 일찍 돌아가시고 물질하는 어머니 따라 육지로 갔다 무근성 북국민학교 1학년에 떠나 평택호인지 이리호인지 배 타고 부산 내려 울산 거쳐 감포국민학교에 가서, 2년 후 지금은 폐교가 된 구룡포 석병국민학교로 전학 갔다가 다시 북국민학교 3학년으로 돌아왔다

 

 “할매요하고

 달려드는 어린 손지놈을 할망은

 “하이고 요노무 새끼,

 육짓아이 다 되어부러신게게, 하이고 요노무새끼

 하면서

 토실토실한 엉덩이 토닥거려주었다

 

 아들 데리고 원정 갔던 그 어머니, 오래전 물질 내려놓고 옛말 하신다

 

 하이고, 지금 나이가 여든일곱인가 여든아흡인가?

 

 잘 모르커라 정신이 히어뜩허여, 그때 난 이미 죽어부런, 몇 년 전인지도 모르커라 하이고, 일흔일곱인가 일흔아흡 때 315일 날 하이고, 저디 무사게 저디, 길 건너는 디, 그디서 교통사고 나신디 그때 난 이미 죽언, 그루후제 난 멍텅구리 바보가 돼부런

 

 삼도리 해녀 대장 강씨 할망은 탑동 매립 반대 투쟁 당시 물옷 입고 비창 들고 맨 앞줄에 서 있었다

 

 


 

물꾸럭*

   

 

탑 아래 먹돌바당 원담 돌틈 사이로 깊숙이 손 집어넣은 두린 것은

윗도리가 젖는 줄도 모르고 한참을 낑낑대다가 휙,

낚아챈 작은 손아귀엔 물꾸럭 다리 하나 꼬물거렸고

아쉬운 대로 또래 동무들과 질경질경 고소하게 삼켰다

 

, 그 물꾸럭, 어디로 가신고?

헤엄도 잘 치지 못 햄실 건디

담고망 잘 촛아봐, 먼 디 가진 못해실 건디……

 

허리춤 작은 망사리엔 조쿠쟁기 구살 몇 개

벌거벗은 우리는 손수 만든 족대 소살을 팽팽히 당기고

다리 어신 물꾸럭을 찾아 눈이 시벌게지도록 원담 돌구멍을 뒤졌다

 

---

* ‘문어의 제주어.

   


 

기념사진

 

 

  아흔여섯 쌍둥이 할망이 열다섯에 사진관 가서 찍은 갑장 모임 사진을 코앞에 두고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짚으면서 오물오물 중얼중얼 하신다

 

  야이 죽고, 야이 죽고, 야이 죽고, 야인 임실이, 야이는 잘도 멋쟁이, 멋쟁인 데령 가지 말아사 허는디 임실이도 죽고, 야이도 야이도 죽고, 몬딱 죽어 부렸구나, 하이고, 잘도 죽었져

  저승차사는 멋쟁이도 데려갔는데 한평생 쫑까로 살아온 쌍둥이 할망은 아직 데려가지 않았다

 

 


 

금능리 원담

 

 

물때 되연 원담 왕 보단 거북이 들어 앉앙 울고 이신 게 아니라?

옛날 하르방덜 말로는

거북이 들민 막걸리 사당 잘 대접허영 보내라는 말이 이선

막걸리 대신 차롱에 이신 소주 멕이명 솔솔 고랐주

 

울지 말라 거북이야, 울지 말라 거북이야

이 술 한 잔 받앙 기다렴시민 물이 드난

이 술 먹으명 기다리당 물때 되민 먼 바당더레 가라

나강 원담더레 멜이나 고득 몰아와도라

 

사흘이나 지나신가

물때 되인 원담에 나강 보난

먼 바당에서 멜떼가 몰려오는디

원담 고득 은빛으로 멜이 들언

물 반 맬 반 멜이 들언, 하이고 세상에나!

 

게나저나 그 거북이 어떵 되어신고?

그루후젠 원 기별이 어서

 

 

                     * 김수열 시집 날혼(삶창시선, 2025)에서  

                                      *사진 : 꽃샘 상고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