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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강윤심 시집 '속울음으로 꽃망울 맺고'의 시(2)

by 김창집1 2025. 5. 7.

 

 

찻잔

 

 

가을 공원 산책길

마핑고 카페 앞을 지나다

벤치 탁자 위 커피잔을 본다

 

땡그랑!

새벽 범종으로 오는

가습 적시는 정안수 한 그릇

 

아니 어쩜

저 높이 떠 있는 새벽달

밤새 전하지 못한 말을

담아 놓은 잔 같다

 

 


 

너믈재 비트 생강차

 

 

덖음으로 우리는 만나야 한다

나의 매운 슬픔을

너 의 붉은 사랑으로 감싸고

오늘은 뜨겁게 사랑하자

 

이유 없이 배앓이가 시작되고

언덕배기 오르는 자동차 바퀴의

부딪침 마찰 소리도 아프다

어디든 멈춰 눈길 닿으면

벌 나비 구름 하늘 모두 허공이다

 

다라쿳 너믈재 다리 아래

맑은 물 골짜기 바람 드네

마지막 가을볕 사랑아

다시금 뜨거운 덖음으로

소리 없는 슬픔을 베어 물고 가자

 

 


 

카페에서

 

 

맨땅 맨발 걸음으로

마음의 싸리 빗질을 내리고

공원 옆 작은 카페에서

잠기듯 명주실 은빛 음악을 듣는다

 

사랑이 저물고

그립다 차마 전할 수 없는

저 깊은 하늘 끝자락

구름으로 떠 있는

 

사랑아

머물지 마라

커피잔에 뜨겁고 쓰디 쓴

흙빛 눈물 머금고 가라

 

 


 

꽃비

 

 

포로롱포포롱

어린 새들이 날고 있다

 

작은 나래짓으로 오는

바람의 숨결

 

수실 하나 뽑아 문

내 아이 손수건 이름표

 

먼저 닿아 젖은 눈시울

꽃비 내리고 있다

 

 


 

별도봉 그 바닷가

 

 

가슴으로 바람을 맞는

소나무

이곳에도

함박눈이 빗금을 친다

 

,

포말로 울지 못한 그리움

그 끈이 어느만큼 가슴 아려

 

언덕배기 민들레

하안 포자

물새 울음 젖는다

 

 

                * 강윤심 시집 속울음으로 꽃망울 맺고(한그루, 2025)에서

                                               * 사진 : 한라산 큰앵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