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찻잔
가을 공원 산책길
마핑고 카페 앞을 지나다
벤치 탁자 위 커피잔을 본다
땡그랑!
새벽 범종으로 오는
가습 적시는 정안수 한 그릇
아니 어쩜
저 높이 떠 있는 새벽달
밤새 전하지 못한 말을
담아 놓은 잔 같다

♧ 너믈재 비트 생강차
덖음으로 우리는 만나야 한다
나의 매운 슬픔을
너 의 붉은 사랑으로 감싸고
오늘은 뜨겁게 사랑하자
이유 없이 배앓이가 시작되고
언덕배기 오르는 자동차 바퀴의
부딪침 마찰 소리도 아프다
어디든 멈춰 눈길 닿으면
벌 나비 구름 하늘 모두 허공이다
다라쿳 너믈재 다리 아래
맑은 물 골짜기 바람 드네
마지막 가을볕 사랑아
다시금 뜨거운 덖음으로
소리 없는 슬픔을 베어 물고 가자

♧ 카페에서
맨땅 맨발 걸음으로
마음의 싸리 빗질을 내리고
공원 옆 작은 카페에서
잠기듯 명주실 은빛 음악을 듣는다
사랑이 저물고
그립다 차마 전할 수 없는
저 깊은 하늘 끝자락
구름으로 떠 있는
사랑아
머물지 마라
커피잔에 뜨겁고 쓰디 쓴
흙빛 눈물 머금고 가라

♧ 꽃비
포로롱포포롱
어린 새들이 날고 있다
작은 나래짓으로 오는
바람의 숨결
수실 하나 뽑아 문
내 아이 손수건 이름표
먼저 닿아 젖은 눈시울
꽃비 내리고 있다

♧ 별도봉 그 바닷가
가슴으로 바람을 맞는
소나무
이곳에도
함박눈이 빗금을 친다
아,
포말로 울지 못한 그리움
그 끈이 어느만큼 가슴 아려
언덕배기 민들레
하안 포자
물새 울음 젖는다
* 강윤심 시집 『속울음으로 꽃망울 맺고』 (한그루, 2025)에서
* 사진 : 한라산 큰앵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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