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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월간 '우리詩' 4월호의 시(4)

by 김창집1 2025. 5. 8.

 

 

민들레 도경희

 

 

소지 올리듯

 

밤새 물안개로 우려낸 남가람

젖빛 새벽

논병아리들 자맥질하고

 

오늘도 첫날인 듯

쉬는 숨마다 기원이 되는가

 

뿌연 황사가 바람 부는 낮은 땅

기어코 여기로 와 몸 받아

방울처럼 오롱조롱 어리고 앳되다

돌 틈에 먼지 풀썩이는 한길에 무심히 앉아

날숨을 풀어내며

자욱이 향을 피우고 있다

 

한 고비 넘으면 또 한 고비

상한 발목이 목숨 걸던

슬픈 응어리

빈자일등

 

네가 너무 눈부시구나

 

 


 

나와 나타샤와 요양병동 여영현

 

 

오늘은 당나귀를 읽는다

바다를 옆에 두고 그림을 본다

어떤 그림은 바다 같고,

어떤 바다는 그림 같다

눈이 내리면 그렇다

여자의 눈동자엔 말줄임표가 글썽인다

 

창밖을 내다보던 여자가 중얼거린다

참 쓸모없는 하루였지,

 

죽은 당나귀도 발자국이 사라진다

폭설은 자욱한데 섬이 악착같이

좌표를 지키고 있다

 

그림 속의 수평선이 기울자 나도 기운다

섬처럼 봉분 하나로 남는 결론이어도

그 하루가 인생이다

여자가 울고 있어 시는 짧아진다

 

누구나 버리는 게 익숙하진 않다

산에서, 바다에서, 미술관에서

그리운 엄마,

혼자서 불러본다

 

 


 

일상 - 洪海里

 

 

한평생

허공 한 사발

겨우

그릇에 담았다

쏟았다

하면서도,

 

채우지도 못하고

비우지도 못하고.

 

 


 

에스겔서의 상징들 박원혜

 

 

지금 세계는 전쟁 중이다 나토에 가입되어 있던 터키가

돌연 탈퇴를 선언했고 동시에 러시아 푸틴에게로

즉각 종속되었다

베이징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러시아군이 탱크를 몰고

우크라이나 땅을 무자비하게 공격했다

총을 쏘고 지나가던 시민의 자동차 위로

탱크가 올라타고

무언가 인류사에 어떤 신호탄이 떨어진다

뭘까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 걸까

에스겔을 선지자로 부르시다 파수꾼 에스겔

에스겔이 말 못하는 자가 되다 예루살렘을 에워싸라

머리털과 수염을 깎는 상징

여호와께서 우상승배를 심판하시다

이스라엘의 끝이 다가오다 이스라엘이 받는 벌

예루살렘의 우상승배

예루살렘을 향하여 분노를 쏟으시다 여호와의 영광이

성전을 떠나시다 예루살렘이 심판을 받다

이스라엘의 회복을 이르시다 침략자 곡의 멸망

 

 


 

너울 방순미

 

 

멀리 능선처럼

밀려오는 산파도

 

물에 뼈가 서고

물기둥이 솟는다

 

일갈하듯 하늘로

쏟아지는 폭포

 

바라보던 파랑

멍에가 부서진다

 

 

                     * 월간 우리시 2025 4월호(통권 제442)에서

                                   * 사진 : 한라산의 함박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