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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김영란 시집 '동백 졌다 하지 마라'의 시(3)

by 김창집1 2025. 5. 11.

 

 

사촌형님

 

 

그 시절

그 땅에도

사람이 살았단다

 

산에도 가지 마라 바다에도 가지 마라

산불근山不近 해불근海不近* 휘휘 내닫다,

4대독자 내 아들 길에서 낳았단다 기면서 구르면서

바위틈에 숨어들어 입 꽁꽁 눈 꽁꽁 가슴 꽁꽁 묶어놓고

늦가을 건천乾川도 목이 타 울던 시절,

 

몸의 물

슬며시 받아

마른 입술

축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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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근山不近 해불근海不近 : 43사건 당시 산사람도 무섭고 군경토벌대도 무섭다는 뜻으로 산에도 바다에도 가까이 가지 말라고 사람들 사이에 널리 쓰이던 말.

 

 


 

꽃도 아픈 사월에

 

 

뭇매처럼

쏟아지는

부신 빛이 아려서

지천으로 봄까치꽃

온몸이 다 퍼렇다

 

하늘도 아래로 내려

꽃에 입을 맞춘다

 

 


 

눈물이 된 섬

 

 

  이름만 붙이면 죄가 되는 섬이 있지

 

  젊은 것도 죄 똑똑함도 죄 통일조국 원한 것도 죄 중산간 마을에 산 것도 죄 남편 행방 몰라도 죄 형과 아버지가 집에 없는 것도 죄 동굴에 숨은 것도 죄 바닷가 마을로 피난 못 한 것도 죄 가을걷이로 늦게까지 밭에 있어도 죄 31절 기념식에 참석한 것도 죄 사사건건이 모두 죄 숨을 곳 찾아 섬을 등지고 싶었지 빨갱이 섬이라 했지 창살 없는 감옥이었지 불구덩이 속으로 기자들이 왔댔지 울부짖는 도민을 본 광주의 기자들* 동란의 제주를 카메라에 담았지 떠나간 사람들과 남겨진 사람들 쓰러지는 광주를 담은 파란 눈의 기자처럼 언론의 거짓말을 기록하고 알리고 제주의 눈물을 닦고 또 닦았지

 

  사람아, 사람이기를 끝끝내 잊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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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8629일부터 14일간 제주43 현장을 취재하러 왔던 광주 호남신문 기자들.

 

 


 

별의 기원

 

 

  동광 육거리에 저항의 뿌리 하나

  불귀의 객이 된 청년들이 보인다 탐라의 푸른 들판 붉은 피로 젖던 그날, 풀뿌리 하나에도 세금이 매겨지고 신목이 잘리고 당목이 베어지던, 진정한 해방은 공출 없는 세상이라 탄압이면 저항이라 물러설 수 없는 분노 첫머리에 이름 얹던 젊은 피가 솟구치며 외친다,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마라

  신새벽 동쪽 하늘에 외롭고 높은 그 별

 

 

                   * 김영란 시집 동백 졌다 하지 마라(한그루, 2025)에서

                  * 사진 : 어느 시인이 '봄까치꽃'이라고 부르자는 큰개불알풀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