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을 묻다
탐라의 길
조선의 길
지상과 천상의 한계에
관음의 길 느끼며
오늘을 걷는다

*망원경
깜빡거리던 눈
까마득히 잊혀가는 세월 속 쌍두마차
해무속 달리는 연락선은 뱃고동을 날리고
레이더망에 걸린 어떤 부제, 기다려 보지만
까무룩 잊고 간 주인아

*할마님 동네
얘야! 닌 무사 안 들어완 베렸닥 베렷닥만 허멍
야게기만 이레저레 갸웃거렴시 게메 양 한번 가보카 허당도
뭇뚱더레 보레문 오지 말랜 허는 것 닮고 그냥 가보카 허민 가심이 톨랑거령
노시 못 가쿠다게 에에 난 몰르키여~
니 알앙 허라게
<제주어>
뭇뚱 - 문밖. 야게기 - 모가지. 노시 - 절대로. 몰르키여 - 모르겠다. 니 알앙 허라게 - 너 알아서 해라.

*순산
잉태의 고통 덮어준
어머니의 모태는
하늘과 바람과 흙의 조화로
빚어낸 거룩함이다

*이심전심
초여름 낭만의 거리
가을가을 아직도 멀어
산새소리 흠뻑 부르는 거리에서
가을가을 바라만 봐도 좋을
너와 나 그리고
*김항신 디카시집 '길을 묻다'(도서출판 실천, 202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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