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주대학 가는 길
꽃잎 벙글며 생각이 피어나는
제대 가는 길 카페에 앉으면
온몸으로 흐르는 산안개
그리움을 덮는다
건너편 길가
보랏빛 산수국 작은 별꽃
누구를 생각하며
저토록 사무치게 피었나
해질녘 어스근
거친 손등 어루만지며
돌고망 입술 튼 바람
하늘가 무지개 따라나선
여름 소나기에
동박새 한 마리
꽃으로 포로롱 날아든다

♧ 어느 날의 여정
아무런 채비 없이 혼자 걸어가는 길
누가 바람결 띄우나
벚꽃잎 지고 가지마다 연초록 잎
새들의 지저귐 물방울로 구르다
고무밑창 낡은 운동화 끌고
세상 속으로 서둘러 가지 않아도 좋은
누가 무엇이라 나무라는 이 없는 이곳
물안개 자욱하여 붕붕 무적이 울 때
저 물밑 세상
등댓불 밝히는 그 누구입니까
무심히 눈길 닿은 돌 틈
저만의 고집으로 비집고 앉아
구차한 살림살이 일구어 내는
민들레의 가슴팍
아, 당신의 꽃자리

♧ 숲길에서
까치가 날아왔다
간밤 맺지 못한 시어들
까치가 입맞춤으로 줍고 있다
낙엽이 바람결에 떨어지고 있다
보고 싶다 마음 품은
그리움의 엽서들
여기 잠시 머물다
오지 못할 발길처럼
아쉬운 표정으로 길을 떠난다

♧ 짧은 사랑
새들의 합창을 들으면
그 사람 생각난다
한번쯤은 바람으로
햇살로 그를 만나고 싶다
날 바라보는 제비꽃에
는개 젖은 입맞춤한다
그리움으로 출렁 이는
아, 나의 사랑
겨우내 시린 가슴 안고
소리 없이 다가오는
봄까치꽃처럼
말없이 지고 없는 풀꽃사랑

♧ 눈길을 걸으며
폭설이 내렸다
지상에 이불을 덮어야 할
올 한 해 의무가 있었나 보다
선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소소호호 단짝에게 가자 한다
집에 깔려 있는 홑이불 그냥 두고
밤 눈길 신호등 사거리에서
선아 윤아 서로의 이름 부르며
눈 쌓인 길 걸어간다
머잖아 맞이할
칠순의 세월속을 걸어간다
*강윤심 시집 『속울음으로 꽃망울 맺고』 (한그루, 202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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