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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제주4․3 '77주년 추념시집'의 시(1)

by 김창집1 2025. 5. 21.

 

 

   [머리글]

 

 

의지의 길은 끝나지 않는다

 

 

  역사와 문학의 공통점은 사람의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역사를 문학으로 형상화해 왔습니다. 그리하여 결국 그 문학이 인간에 대한 탐구라는 걸 우리는 공감합니다.

  지난해에 한강 소설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수상을 기넘해 제주작가회의에서는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바탕으로 문학기행을 하였습니다. 한강이 작가적 상상력으로 현실을 재구성하였듯 우리도 상상력을 발휘해 그 길을 찾고 걸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문학은 진실을 탐구하는 중요한 도구가 됩니다. 그것이 바로 문학의 힘일 것입니다.

  문학은 역사적 사건을 반영하고, 때로는 역사적 사실을 재해석합니다. 문학 작품은 특정 시대의 사회적, 정치적 맥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며, 역사적 진실을 탐구하는 중요한 수단이 됩니다. 문학은 역사적 사실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감정과 동기를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제주43이 어느덧 77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작년 12월에 우리는 계엄령 이라는 악몽을 다시 맞닥뜨려야 했습니다. 43 당시의 계엄령은 양민 학살의 피바람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거리로 나갔습니다. 깃발을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 비극이 반복되는 걸까요. 우리의 민주주의는 불의를 꺾고 다시 희망을 말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 의지의 길에 문학도 함께합니다.

  43 77주년을 기념하며, 우리는 문학이 어떻게 진실을 탐구하고, 역사와 상호작용하는지를 되새깁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인간 존재의 깊이를 탐구하고, 사회를 비판하며,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이러한 문학의 힘을 통해 우리는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이해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문학은 우리에게 과거를 잊지 않게 하고, 진실을 마주하게 하는 소중한 자산입니다.

  그 진실을 향한 문학의 과정에 참여해주신 작가 여러분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이 시편은 43평화공원에 봄부터 여름까지 전시됩니다. 시화 작품이 비바람에 견디듯 우리도 우리의 정의를 지키기 위해 견딜 것입니다. 그 의지는 아무도 굽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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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작가회의

 

 

 

 

명예졸업장 강덕환

 

 

별이영 달

몬딱 타당 주겐 해도

나 말다

종이텁 ᄒᆞᆫ 장만 도라

 

학교종이 땡땡땡

만국기 휘날리던

운동장, 그곳이

43으로 피범벅피범벅

물들었던 그루후제

 

학교마당 다녔다는

종잇장 증표 하나

만국기처럼 하늘에

휘날리고 싶었던

, 명예졸업장

 

 


 

동백 강봉수

 

 

겨울에 피는 꽃

그 붉은 품으로

눈이 내린다

 

바람 타고 훨훨

가신 님 그 길 위로

하안 눈이 내린다

 

조들지말앙 일 봠시라, 곧 오켜

바람 같은 언약 남겨두고

툭 툭 떨구어 진 목숨들

저리 애타게 피는데

함박눈은 저리도 폭폭 내려

온 세상을 하얗게 하얗게 덮고 덮는 것이다

 

 


 

아궁이 강영미

 

 

고개 떨군 당신의 빙점을 기억해요

아들 잃은 그 밤부터 아침은 오지 않아

불 앞에 쭈그려 앉아도 숨이 자꾸 식어갔죠

 

한 생 다 사른 날에 머리로 피가 솟은 당신

눈물도 재가 되어 전설처럼 굳어가요

끝끝내 못한 말들은 검불처럼 박혔네요

 

기억하는 것으로도 우린 다시 불씨예요

태우고도 얼어붙은 시간 다 분질러 넣어

설설설 끓어오르면 당신 어서 오세요

 

 


 

사랑의 일 강은미

 

 

어머니 다리에는 동굴 서너 개가 파였어요

지금쯤 동굴의 입을 열면 사리 몇 개

나올지도 몰라요

사리는 머리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다리에서 나오는 거래요

 

-요ᄉᆞᆺ설 때부터 조팟디서 ᄀᆞᆸ은 다린디

-이제두룩 ᄌᆞᆫ디크냐?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으면

틀니를 빼서 입을 닫아버려요

동굴에서 빠져나온 바닷물이

썰물밀물처럼 왔다 간 자리에

뼈마디 가 우둑우둑 생겨나죠

-조 ᄇᆞᆯ릴 땐가?

-조코구리 ᄐᆞᆮ을 땐가

-머리 끄스럼쪄

-머리 끄스렁 헴쪄

 

머리가 아프다며

다리를 동여매는 이유는 뭘까요?

 

도무지 알 수 없는 말이

아직 발견되지 못한 지네가

어머니의 다리를 지나가나 봐요

 

밤낮을 잊어가는 그녀의 귓가에는

정자야 라고 부르는 외마디가

자울락자울락 넘어진대요

 

-조 ᄇᆞᆯ릴 땐가?

-조코구리 ᄐᆞᆮ을 땐가

 

휘파람 소리 같은 기억은

자꾸 흩어지고 있어요

 

달빛 아래 술잔을 기울이며

뼈 속에 사리를 찾는 일은

서릿발 내린 사리를 세우는 일은

중요한, 아주 중요한 일이에요

사랑한다면요

사랑하니까요

 

 

 

                  *제주작가회의 엮음 스스로 봄이 된 사람들(한그루,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