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공깃밥 – 박부민
뚜껑에도 옆구리에도
선명한 福자
복그릇
저걸 먹고 컸구나
우리 속엔
울음과 웃음의
ㅇ자 밥알들
복으로 가득했구나
우리가 올 때까지
공부 다 하고 올 때까지
지치도록 놀다 돌아올 때까지
엄마가 아랫목 이불 속에
가슴속에
꼭꼭 싸맸다 꺼내 준
공깃밥
모락모락母樂母樂
목울대에 걸려 뜨겁구나

♧ 위선과 진실 – 박동남
짐작하고 판단 밀고 당겨 박살 난 유리잔
좌표를 무시 모함하고 걱정하는 척
한자락 깔고 말로 떡을 해서 팔도가 먹고 남는 입
표류하는 실천에 폭설이 내린다
바람의 장난으로 못다 덮은 풍경 모서리는
잠시 결제를 보류한다
시아 확보를 방해하려는 눈발
시간에 등 떠밀려
모퉁이 돌이 주춧돌이 된 줄 몰랐다
기록 못한 문장이 서편으로 날아가
별이 된다
무력이 동원되어 각을 잡고 다친
상처는 어김없이 사랑을 요구한다
진실을 찾아 지키는 일은
저마다 몫이다
결실을 맺은 계절이 오듯이
견뎌야 하는 일은 행복으로 도달하기 위한
과정이다

♧ 도다리쑥국 – 목경희
연둣빛 쑥들이 파릇파릇 돋고
봄바람 살랑살랑 불 때
춤추던 햇살에 걸린 도다리 한 마리
길고 추웠던 겨울 끝내고
지친 마음 풀어 주는 따뜻한 국 한 그릇

♧ 소금 눈발 – 나병춘
눈은 하늘이 뿌리는 소금
온갖 추악한 것들
한꺼번에 가만히 포박하여
새 생명으로 거듭나게 하는
하느님 손
소금은 파도가 만드는 사랑의 묘약
밀물 썰물 햇살과 달빛 별무리로
수많은 어군을 길러
이 세상을 풍족케 하나니
소금 눈발이 짜디짠 것은
아마도 하느님 눈물 바람이기 때문이다
겨울 봄 여름 없이 보살피는
무궁한 윤슬의 빛
바다 어머니의 뻘사랑

♧ 눈부신 방문객 – 김명리
안팎이 잘 무르익어서
함부로 기울여도
끝내 쏟아지지 않던 세월의 내장들
그 불수의근 위로
깜쪽같이 돋아난
멀구슬나무 반짝이는 한 잎
가을 냇물 위로 떠 흐르는
멀구슬나무 잎새의
저 영롱한 돋을새김을
이제부터 나는
슬픔의 반짝이는 부분이라고 부를래요
나고 늙고 병들고 죽으매
오늘 만난 그대처럼 눈부신 이는 없었다고
자꾸 자꾸만 속삭일래요
한 사람의 부서진 심장께로부터
또 한 사람의 허물어진 어깨 위로
4/4박자 탱고나 밀롱가처럼
때로는 하바네라처럼
흘러가고 흘러오는
상심과 비탄의 꽃봉오리들
슬픔의 반짝이는 부분을 비추려고
초저녁별들 숨죽여
털 달린 짐승의 울음소리를 내는 게
분명하다고 말이에요
*월간 『우리詩』 2025년 4월호(통권 제443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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