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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문순자 시조집 '가끔 섬으로 돌아가 울고 싶을 때가 있다'(1)

by 김창집1 2025. 5. 28.

 

 

시인의 말

 

 

살다보면 알게 돼

 

비운다는 의미를

 

내가 가진 것들이

 

모두 꿈이었다는 것을

 

 

감귤나무 전정을 하며

 

나훈아의 노래 을 듣는다

 

                   2025년 봄날

                            문순자

 

 


 

척후꽃

 

 

꽃송이도 벌처럼 정찰을 하는 걸까

 

마당 한 켠 철쭉 화분에 교대하듯 한 두 송이

 

이 봄날 나의 비의를 염탐하는 것만 같다

 

 


 

성소를 훔쳐 보다

 

 

노랑턱멧새인가

곤줄박이 녀석인가

가끔은 농약도 치는 감귤나무 가지에

손녀딸 밥사발만 한 새집 하나 생겼다

 

몇 번의 날갯짓이 둥지를 완성 했을까

이끼와 지푸라기 솜털로 차린 신방

저들의 성소를 엿보는

내 몸이 저릿하다

 

삐이삐 찌르찌르

밥 한술도 못 줬는데

그럼에도 탈 없이 부화를 끝냈는지

올여름 가마솥더위 달구는 저 새소리

 

 


 

씨앗의 힘

 

 

서울 사는 둘째가 카톡카톡 날 부른다

전시회에 왔다며 보내온 사진 한장

이건 뭐?”

내가 되묻자 그만 울먹거린다

 

오래된 주문처럼 여섯 개의 유리병엔

홍두 메밀 흑보리 자색보리 갓 참깨

코르크 마개도 못 막은

돌아가신 할머니 냄새

 

만지면 손가락 사이로 스르르 빠져 나가는

좀팍과 푸는체로 까불리던 갯노멀 씨앗

그날 그 감촉이 그만

뇌관을 건드린 거다

 

 


 

귀선이

 

 

말끝마다 그쟈 그쟈?

 

곱슬머리 대구집 딸

 

쌀 사러 갈 때에도 살 팔러 간다던 그녀

 

한세상 살만 축내다

우린 간다 그쟈 그쟈?

 

 

 

     *문순자 시조집 가끔 집으로 돌아가 울고 싶을 때가 있다(도서출판 작가,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