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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문순자 시조집 '가끔은 섬으로 돌아가 울고 싶을 때가 있다'(2)

by 김창집1 2025. 6. 6.

*불뇌사리보탑

 

별천지

 

 

산이 깊어 그런지 별이 별을 부른다

자정을 훌쩍 넘긴 내설악 어느 절 마당

낮에 본 불사리탑이 별처럼 반짝인다

 

불상 하나도 없는 대웅전 들어서면

유리창 그까짓 것 장애물도 아니란 듯

창 너머 불사리탑이 여기까지 따라온다

 

새벽 다섯 시면 하산을 한다는데

봉정암 부처님과 뜬눈으로 지샌 별들

벗어 둔 등산화에도 독경소리 넘쳐난다

 

 

 

 

 초이렛달

 

 

약속 시간 늦을라 급히 집을 나서는데

저건 새로 바꾼 시원이의 드림렌즈?

한순간 빨려 들듯이

내 눈에 쏙 박힌다

 

밤새 끼고 자면 안경 안 써도 된다는

그러니까 저 달도 고도근시였구나

이제 막 사춘기에 든

열두 살 손녀딸처럼

 

낮과 밤 그 언저리 세대를 건너뛴 자리

눈높이 하나로도 세상이 환해지는

가을도 네겐 봄이다

아무나 꿈꿀 수 없는

 

 

 

 

성북천

 

 

느닷없는 한파에 파도도 얼어붙었다

서울은 어떠냐고 휴대폰 꺼내든다

딸아이 거친 숨소리,

성북천을 달린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몸도 뜨거워진다

삼선교에서 청계천까지 왕복 7킬로미터

사십 분 달리고 나면

외려 살 것 같다는

 

팬데믹 세상 너머 젊음의 해방구처럼

빈쯤 언 물속에서 사냥하는 쇠백로처럼

북극발 금속성 한파

콧김으로 녹인다

 

 


 

어떤 레시피

 

 

돌강돌강 돌강 15

불 끄고 잠잠 15

 

찬물에 다시 15

그제야 건져내는

 

남편이 스스로 깨친

삶은 계란

삶는 법

 

 


 

설유화

 

 

제주올레 5코스 위미리 조배머들코지

 

늦눈처럼,

 

돌아앉은 할망 하르방 바위 지나

 

불현듯 담장 너머로

 

하늘하늘 날 부른다

 

 

날 부른다,

 

별일 없다 시치미를 떼 봐도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나 뭐라나

 

오늘 밤 저 할망 하르방

 

슬쩍 돌아앉을까 몰라

 

 

 

        *문순자 시조집 가끔은 섬으로 돌아가 울고 싶을 때가 있다(작가,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