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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조한일 시집 '낮은말 받아쓰기'의 시(5)

by 김창집1 2025. 6. 10.

 

 

신생대 4기에 발견된 혹백사진에 관한 기록

 

 

색깔 두 가지가 세상을 장악하던

선택의 여지없는 신생대 4기 항구도시

꾸미고 또 덧칠해도 표 안 나던 삶이었지

 

어시장 하안 새벽 경매하던 45년생

달동네 검은 골목 퇴근하던 58년생

빙하기 어느 끄트머리 시간이 녹아내렸다

 

컬러를 예상 못 한 채 먼저 간 인류 따라

한 쌍의 반의어는 과거형 명사가 돼도

태양은 태곳적부터 흑백인 적 없었다는

 

 


 

구해줘요, 튀르키예를

 

 

산사태 저 너머에 울음소리 들린다

땅속에 묻힌 채로 보내오는 텔레파시

제 몸이 구조된 후에도 자꾸만 짖어댄다

 

형제의 나라 어미 개가 토해내는 슬픈 터키어

구해줘요 수의사님 저 안에 아이들을

간절한 모스 부호에 귀 기울인 신의 한 수

 

다급한 그의 맨손 체온 찾아 파헤친다

살았네 내 새끼들 흙투성이 내 새끼들

그 소리 저승과 이승 사이 숨비소리 같더라

 

눈도 못 뜬 한 마리는 굿바이 튀르키예

어미와 일곱 자식은 헬로우 튀르키예

조국이 저기 파묻혔다는 S.O.S 멍 멍 멍

 

 


 

누명

 

 

실외기 문 왜 닫았냐 다짜고짜 타박이다

내가 닫은 게 아니다 억울하다 읍소해도

도무지 안 믿는 아내 누명 쓴 한여름 밤

 

번뜩 생각이 난 아파트 밴드 게시물

부리나케 그 문구를 눈앞에 내밀었지

바람이 세게 불 경우 저절로 닫힐 수 있다

 

 


 

먹이사슬

 

 

어린 사슴 숨통을 보아뱀이 조여갈 때

 

나뭇가지로 내려치는 한 동물원 관리인

 

몸통이 친친 감겼던

사슴이 달아난다

 

칭찬을 머쓱하게 한 어느 노인의 한마디

 

멀쩡한 먹이사슬 인간이 왜 끊어?”

 

육식이 초식을 먹는

선순환 과정이라며

 

강자 위에 강자 있고 약자 밑에 약자 있는

 

하늘 아래 먹고 먹히는 생태계의 저 규율

 

그럼 난 누구에게 먹혀

멸종되고 있는가?

 

 


 

탄소중립 접근법

 

 

내가 네게 받은 만큼 내가 네게 주고서

더하기 빼기 하니 ‘0’이라는 우주다

중립이 제로가 되는 게임에 빠져보자

 

너라는 영토엔 맑은 공기 흐르고

나라는 서식지엔 숱한 화석 묻혔으니

중립이 최적화되는 생애를 누려보자

 

이쯤 해서 마주 앉아 최소한의 오차로

남김없이 받을 때 흔적 없이 내주면

중립은 공식이 되니 이제 서로 용서하자

 

 

                     *조한일 시집 낮은말 받아쓰기(가히,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