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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계간 '제주작가' 2025 봄호의 시조(6)

by 김창집1 2025. 6. 12.

 

 

당신의 이름 - 김연미

     -골령골에서

 

 

당신의 이름에는 바람이 가득해서

올 풀린 만장들만 펄럭이고 있었지

겨울도 뼈만 남기고 마음 접은 골짜기

 

꽁꽁 언 공포들은 바닥까지 내려와

흑백사진에 웅크려 앉은 바위 돌 그 옆에서

육탈된 울음소리를 공명하고 있었지

 

소리를 더하는 게 어찌 바람뿐일까

골다공증 역사서 한 페이지를 넘길 때

호명 된 이름 하나가 길게 빠져나갔다

 

 


 

시비월 김정숙

 

 

뒤숭숭한 선잠 끝에 풍겨오는 내란의 냄새

한밤중 떨어지다 덜 떨어진 이파리가

서중천 바위 우물에 반신욕 하듯 잠겨서

 

이 숲 다시 얼어붙어도 이상 할 것 없다고

먼저 진 이파리 삐딱하니 내려다보며

섬뜩한 빙점투성이 12월을 건너네

 

입만 열면 엇나가는 환절기 같은 그 속내

웅덩이 지나가는 구름 조각 붙잡고

눈으로 눈 덮겠다고,

 

나무들만 시리네

 

 

 

 

사리물궤 안창흡

 

 

살 에는

동지 한파

섬동백

찬란하다

 

수망리

사리물궤

돌 지붕

깊은 울음

 

모질게

견뎌 온 세월

핏빛 울음

토하듯

 

군경 토벌

총질에

그레 도락

저레 도락

 

숨어든

사리물궤

저승길

어귀였네

 

물ᄇᆞ라*

뼈아픈 역사

향불 피워

바치네

 

---

*수망리의 옛 이름. ‘물우라’, ‘무라라고도 한다.

 

 


 

박물관 뒷마당엔 오영호

 

 

돌ᄀᆞ레 돌절구통 옹기종기 모여 앉아

도란도란 옛이야기 햇살에 반짝이네

얼 얼얼 어랴 얼 어랴

ᄀᆞ레 ᄀᆞ는 소리 소리

 

누구는 팔자 좋아 고대광실 높은 집에

ᄀᆞᆫ밥에 고깃국을 날마다 먹는다네

얼 얼얼 어랴 얼 어랴

부러워한 들 뭣하랴

 

김치에 모멀*죽으로 배고픔 달래주던

흐릿한 하늘빛처럼 어머님 떠오르네

얼 일일 어랴 얼 어랴

그리움도 갑니다

 

---

*모멀 : 메밀

 

 

 

 

섣달 이애자

 

 

겨우내 가난 덮던

주럭 같은 구름

맹질 전 늙은 폭낭

묵은 빨래하느라

줄 줄 줄

올 풀린 달이

손톱만큼

남아서

 

 

                         * 계간 제주작가2025 겨울호(통권 제88)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