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김수열 시집 '날혼'의 시(7)

by 김창집1 2025. 6. 13.

 

 

칠성골

 

 

장나라 장설룡 송나라 송설룡이 부부지 간 되었는데

무자식으로 지내다가 칠성제 올리고 딸 하나 얻었더라

단똘애기 이만큼 욕았을 때 부모는 벼슬 살러 딸 두고 떠났더라

아바님아 어마님아

단똘애기 부모 찾아 집 나섰다 길 잃고 울며불며 해매다

어느 스님 도움으로 목숨 연명하고 스님 따라다니다 아기 잉태하고

 

장나라 장설룡 송나라 송설룡은

네 이년 불경하다, 단똘애기 돌함에 넣어 바다에 던져버리고

돌함은 돌고 돌아 조천읍 함덕리 바다에 닿았더라

함덕리 일곱 잠녀, 돌함을 열어보니

큰 뱀 한 마리 새끼 뱀 일곱 마리 돌함에서 꼼지락꼼지락

잉태한 단똘애기 큰 뱀이 되고 새끼 뱀 일곱을 낳았더라

섬기는 잠녀들에게 아픈 병 낫게 하고 만선풍어도 주어

함덕리 부촌으로 만들고 일곱 뱀이 제주성 안으로 들어선다

 

가라쿳물 구멍으로 들어가 도성 안 송대정 집 문 앞에

소랑소랑 누웠는데, 송대정 부인이 금산물 뜨러 문을 나서다

일곱 아기를 보고 깜짝 놀라 이건 어떤 일인고?”

금산물 가서 물통 도에 치마 벗어두고 물 지고 나와 치마 속을 보니

일곱 아기 소랑소랑 누워 있어 송대정 부인이 하는 말,

나한테 태운 조상이건 어서 우리 집으로 드십서.”

 

치맛자락에 싸서 일곱 아기 고팡으로 모셨더니

송대정 물론이고 하인들까지 천하 거부 되고

일곱 아기가 송대정 송두옥 집에 좌정하니 그로부터

칠성골이라 부르게 되었더라

 

 


 

어머니가 운다

 

 

모슬봉 동북 자락

대정7리 공동묘역 한참 걸어 외진 곳

재수 어미 송씨

옥색 치마에 양단 저고리 곱게 단장하고

쪽진 머리 바람에 날리며 빗돌처럼 앉아

산방산 내려다본다

 

허접한 제주 목사 비석은 골골마다 넘치건만

도탄에 빠진 섬 백성 원을 풀고 인정 바로잡은

내 아들 비석은 어찌하여 눈을 씻고 봐도 없는고

재수야, 어디에 있느냐

살았느냐 죽었느냐

북쪽 하늘 황도대 너머로 훠이훠이 날아갔느냐

내 죽어 황천 가면 만날 수 있는 것이냐

어허, 세상 사람들아

무죄한내 아들 어디로 보내어 남의 애를 끊는고

 

옛 바람이 다시 불어온다

난바다 건너 떼구름이 몰려온다

산방산 머리 위로 우렁우렁 우레가 운다

모슬봉 마른 억새가 살아 오른다

 

재수야, 어디 있느냐

살았느냐 죽었느냐

 

 


 

아작에 대하여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아작이라는 어휘에 대해

  -아작 : () 조금 단단한 물건을 깨물어 바스러뜨릴 때 나는 소리. 본말아지작.

  -아작아작 : () 조금 단단한 물건을 깨물어 바스러뜨릴 때 잇따라 나는 소리.

라고 풀이하면서 그 쓰임새를,

  ‘○○○ 이장은 수해 이튿날 SNS아주 아작이 났다라는 말로 수해 상황을 전했다.’

고 소개하고 있다

 

  경북 영천 이중기 시인은 고향 아작골에 대해, 아작골을 가만히 바라보며 담담하게 한 마디 건네는데,

원래는 절골이었다. 사륙년 시월, 양민 이백오십에서 삼백 가량이 이곳에 끌려와 집단학살 당했는데 그 이후 사람들이 아작골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참고로 이 내용은 표준국어대사전 용례에 실려 있지 않다

 

 


 

폐가

 

 

  삼십 년도 훌쩍 넘었지만 어제 같은 기억이 있다

 

  표선에서 성읍 지나 걸어 걸어 낡고 반갑고 적막한 초가 몇 채 만났다

  물 한 모금 얻을까 정 당 지나 안으로 들었다 삼방문도 정지문도 닫혀 있었다

  있수과? 있수과?

 

  기척이 없었다

  조심스레 삼방문 열었다

 

  아, 족대가 족대가 마루널 틈새 틈새로 족대가 시퍼런 족대가 퍼렇게 구짝구짝 초가를 뚫고 나란히 나란히 삼방 가득 족대가

숨이 탁 끊기고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삼복인데 등골이 서늘했다

 

  대천동 어디쯤이었고 내가 만난 첫 번째 43이었다

 

 


 

동백의 눈물

 

 

43항쟁 70주년 전야

문예회관 야외 마당에서

43 희생자 유족으로 구성된 평화합창단을 비롯

430명의 합창단이 상돈이가 노랫말을 짓고 곡을 쓴

애기동백꽃의 노래를 부르는데

 

객석 귀퉁이에 서서

조심스레 노래를 듣던 그의 눈가에

그렁그렁 맺힌 붉은 동백을

살짝 엿보고 말았으니……

 

다가가서 그간 고생 많았다, 다독이자

울먹울먹 한 마디 꿀꺽 삼킨다

 

고맙수다

 

 

                             *김수열 시집 날혼(삶창시선,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