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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조한일 시집 '낮은말 받아쓰기'의 시(7)

by 김창집1 2025. 7. 2.

 

 

마라도

 

 

마라도는 형용사다

당신을 꾸며주니까

 

바다에

홀로 있어도

울지 않는 품사다

 

당신은

나의 최남단

어딜 또 가란 말이냐

 

 


 

함덕 바다

 

 

월세를 지불하듯

찾아오는 함덕 바다

 

제주섬엔 드물다는

월세가 아니고선

 

연세를

내듯 온다면

속병 안 날 재간 있나

 

 


 

군함도

 

 

1.

세면대 가장자리에 달라붙은 곰팡이

증거를 매직 블록이 허겁지겁 인멸하고

대지는

긴 장맛비에

젖다 말고 울고 있다

 

2.

지워도 지워도 또 쓰이는 기록들

없던 일로 하자는 그런 역사는 없다고

군함도

그 지옥의 섬에

곰팡이가 피고 있다

 

 


 

최후의 해녀

 

 

바다가 해녀보다 더 빨리 늙는다는

바닷속 사막으로 낙타는 갈 수 없다

영원히 변치 않는 것이 그곳일 순 없어도

 

양수 닮은 바다에서 알몸으로 살아온

조난신호 내뿜는 주름진 저 향고래

사람은 늙었다는 것이 살아남은 거라지

 

물속의 갯녹음 현상은 실패한 테러라는

성게가 흰 바위에 찔러 쓴 자백서로

말한다, 최후의 해녀는 아직 너무 이르다고

 

 


 

가파도 해발에 관한 접근

 

 

낮은 곳이 그리울 땐 가파도로 가시라

파도가 끌어당겨 웃자란 땅 볼 수 없고

수평선 층층이 서린 유채꽃 피고 지는

 

해풍이 채질하는 상동포구 도항선

청보리밭 밭담 따라 바람 묻혀 붓질해요

봄날도 승선권 없이 배를 타고 오는 섬

 

골목길 벽화 사이 흘림체로 부는 바람

하멜처럼 표류하는 등 뒤의 서술어는

이 땅의 낮은말들을 받아쓰는 것이고요

 

인파 속 사람보다 더 사람 닮은 사람 사는

빈 바다 한복판 섬보다 더 섬 닮은 섬

탄착점 낮춘 날에는 가파도로 가시라

 

 

                     * 시 : 조한일 시집 낮은말 받아쓰기(가히, 2025)에서

                                * 사진 : 이렇게 더울 땐 파타고니아 빙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