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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김영란 시집 '동백 졌다 하지 마라'의 시(8)

by 김창집1 2025. 7. 3.

*필자와 만났을 당시의 반레 시인

 

 

그대 아직 살아있다면*

     - 반레 시인

 

명분 있는 전쟁은 아름다울 거라 생각했지

 

전쟁터 가는 길에는 아름다운 꽃이 피어 있을 거라고

시인 지망생인 내 친구를 뺏어갈 줄 몰랐지

내 형제 내 이웃을 죽이게 될 줄 몰랐지

승리해도 슬퍼질 줄 몰랐지

너희가 내 자식들 죽였어!”

부메랑으로 돌아올 줄 몰랐지

 

전쟁 중 네 총구 앞에 있는 사람은 누구나 적이란다

총구를 거두는 순간 사람만 있단다

적도 나도 없어 그저 사람만 있을 뿐

어머니 말씀 불현듯 떠올랐지

 

오토바이들 질주하는 거리

보기만 해도 눈물 난다는 친구

다른 나라 전쟁 소식 텔레비전에서 봤다며

사람들이 평화롭게 질주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평온해서 감사하다고,

 

인생의 사고였다고

지난날은 사고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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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작가 반레의 장편소설 제목.

 

 

*만뱅디 묘역


 

귓속말로 우는 뻐꾸기

 

 

만뱅디* 가는 길엔 찔레꽃만 피었더라

 

밤새 울던 눈물길에 소금꽃만 피었더라

 

죽어도 잊지 말자고 귓속말로 피었더라

 

 

무덤 많은 곳에는 뻐꾸기가 산다더라

 

소리 내 울지 못하는 무덤 무덤 저 뻐꾸기

 

만뱅디 뻐꾸기 울음이 하안 꽃을 피우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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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한림읍 소재. 예비검속이란 미명 하에 아무런 재판도 없이 죽어간 46위의 시신이 안장된 공동묘역이 있는 곳.

 

 

*멀구슬나무


 

곤을동 멀구슬나무

 

 

경계경보 방송처럼 싸라기눈 내리네

꽃도 잎도 다 떨군 늦겨울 가지에

차가운 눈물 몇 방울 그렁그렁 맺혀 있네

 

울음의 뿌리가 남아있는 빈 집터

해안선 5km 밖 소개령이 무색하던

아무도 돌아오지 못한 바닷가 그 마을

 

기억을 덮으려는지 포장된 을레길에

안부를 전하며 해마다 꽃은 피고

최후의 증언을 하듯 멀구슬나무 서 있네

 

 

*불칸낭(수채화 효과)


 

불칸낭*

 

 

43 때 온 마을 불탄 선흘리에 가면

 

불에 타도 죽지 않은 나무가 있지요

 

숯덩이 가슴을 안고 지금도 살고 있죠

 

 

질기게 살아남아 더욱 아픈 목숨이죠

 

세월에 불연소된 뭉툭한 상처자국이

 

반역의 한 생을 돌아 시퍼렇게 눈을 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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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탄 나무라는 뜻의 제주어.

 

 

                * 김영란 시집 동백 졌다 하지 마라(한그루, 2025)에서

 

 

*동백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