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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강윤심 시집 '속울음으로 꽃망울 맺고'의 시(4)

by 김창집1 2025. 7. 3.

 

 

공원길 생각

 

 

아무도 없다

호린 날이다

마음을 추스르며 맨발로 걷는다

 

아까참에

옹골찬 양배추 서넛 갖고 온

승화는 변함없이 말수가 없었다

가게에서 만든 나가사끼 짬뽕

그녀가 가고 난 후에야

양배추를 켜켜이 썰어놓지 못한

내 맘이 야속하다

 

발등 실핏줄이 아프다

문득

소매 끝자락 젖는 그리움 밀려와

손 모아 기도하는 풀꽃으로 스민다

 

 


 

새벽 풍경

 

 

새벽이슬 맺으려다 물빛 달그림자

저속기어에 놓고 아파트로 접어든다

 

앞으로 고개 숙여 행렬로 쭈욱 뻗은

주차된 승용차 따라 마지막 끝 집

 

주차번호 그려진 그곳 301

이맘때는 언제나 범종소리가 들린다

 

뚜벅뚜벅 돌계단 오른다

아직은 모두 잠든 시간

현관 앞 매달아 놓은 작은 풍경 숨소리

 

 


 

애기버섯

 

 

며칠 큰비 내리더니

가을이 성큼 곁에 서 있다

누구에게 도움 줄 수 없는

마음 자락 풀빛물이 갈빛으로

스멀스멀 기울며 앉아있는

카페 한 모롱이

혼자라서 좋을 때가 있듯

나는 늘 혼자의 방문이다

 

그리움 번지듯 짙은 안개비

어스름녘 산까치 울음

어느 누구에게도 갈 수 없는

우리 깊은 사랑

산이슬로 내리며 울어울어

제 몸 스스로 우산이 되는 에기버섯

어미는 오늘도 머물다 가노라

 

 


 

일기 하나

 

 

아침 630

새벽 장사를 마치고 잠든

나에게는 이 시간이 꿈길이다

 

하루도 빠지지 않은 어언 40

추억의 일기로

써 내리는 사람이

오늘 문자 톡을 보내준 덕분인가

 

오후엔 눈밭을 볼 수 있었다

큰 상수리나무 아래 겨울 참새

발자국으로

나 대신 하안 글씨를 쓰고 있다

 

 


 

라이더

 

 

바람의 갈기로 오셨군요

 

낮 어스름 그리고 밤

타다다닥 따닥 삐거걱

좁은 계단 이층에서 아래로

 

달빛 실은 새벽 별똥

 

산천단동 224번지

장가에 걸어둔 풍경 소원

 

잘 도착하소서 부디

 

 

                *시 :  강윤심 시집 속울음으로 꽃망울 맺고(한그루, 2025)에서

                                   *사진 : 요즘 한창 피어나는 마삭줄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