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인의 말
보고, 듣고, 느끼고, 사유하고…
잡힐 듯 잡히지 않은 건
정신적 질량이 부족한 탓이려니.
기꺼이
가없는
아름다운 최선을 향해
다시 빈 마음이고 싶다.
2025년 6월
한희정

♧ 질경이
잡초로 살았어도 이름값은 하며 산다
분수껏 산다지만 희망은 늘 꿈틀거려
대물린 간절함이야 모른 척 밟지 마라

♧ 벚꽃 만다라
우주가 슬어놓은
저 개구리 알 좀 봐
요 며칠 얼싸안고
단단히 매달려 있어
눈물 톡, 살랑 바람에
또 슬쩍 하루가 가
뒷다리 빠지는 날은
조금은 아프겠지
삶이란 깨달음이야
출가를 꿈꾸지
꽃잎들 맞장구치네
파안대소 박수쳐

♧ 키오스크 식당
우연히 만난 첫사랑처럼 가슴 콩닥거렸지
쿨한 척 태연한 척 머뭇머뭇 다가갔지
신개념
한 끼니를 위해
떨리는 손 내밀었어
터치 터치 건드려도 통하지가 않나 봐
먹히지 않는 낌새에 다시 얼굴 붉어졌어
그래도
당당해야지
다시 또 유턴이다
웅이진 손가락으로 실수 연발하더라도
이 순간 진심을 다해 나도 널 알아야지
옳거니
비빔밥 톡톡
장바구니에 넣었다

♧ 관계의 역류
마냥 받아주던 배수구가 막혔어
당연한 줄 알았어 내리사랑처럼 말이야
한 번도 거부한 적 없어 한계인 줄 몰랐어
흐르다 멈추는 곳엔 이유가 꼭 있었어
녹이 슨 기관지에 소통 못한 말들이
한 모금 되려 내뱉는 속울음이 힘겨워
*한희정 시조집 『립스틱 지우는 저녁』 (목언예원, 202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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