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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월간 '우리詩' 7월호의 시(2)

by 김창집1 2025. 7. 23.

 

 

사위질빵 이규홍

 

 

장모님은 앉아서도

천리를 보셨는데

요양원 벽에 막혀

한 치 앞이 어둠이다

기억도

녹이 슨 걸까

구멍난 기억 창고

 

한평생 지고 온 짐

어디에다 부려 놓을까

공연한 욕심 보따리

이 짐을 받아 다오

맏사우

부르는 소리에

달려가는 사위질빵

 

 


 

영화관 이영란

 

 

여자가

숲속을 걷고 있었지

 

네 번째 줄에 앉은 사람은 혼자였어

 

늦었네,

 

너는 내 손을 꼭 잡았어

 

처음 본 장면은

오래된 우리

 

여자는 아직 숲속을 걷고

 

너와 나의 손은 계속 어두워지고

 

그만둘 수 없는 것들이 쌓여 갔지

 

많이 늦었네,

 

했던 말을 또 하는 너는

어둠이 모자라기 때문일까

 

네 번째 줄에서는

더 이상 사람이 태어나지 않고

 

여자는 숲이 될 수 없어

아직 여자이고

 

 


 

감꽃 - 임미리

 

 

  감꽃이 피었습니다. 젖무덤에 묻혀 달짝지근했던 시간이 감꽃 냄새를 흘려보냅니다 늘 품었던 그리움이 발아되어 처연해지는 순간들이 쌓입니다. 세월을 살아 내느라 괜찮을 것 같지만 사실은 다릅니다. 나는 돛단배 하나로 망망대해를 누비느라 세월을 좀먹고 이제 돌아와 당신을 봅니다. 새싹을 피워 내지 못한 감나무 가지처럼 물기 없는 표정 사이의 미소에도 주름이 가득한 당신.

 

  잊을 뻔했습니다. 나의 껍데기였을 시간 사이로 내밀하게 키웠을 아득한 시간을, 어머니 달짝지근한 감꽃 냄새에 취해보고 싶습니다 가시 없는 꽃이 찌르지만 아픕니다. 피 한 방울 흘리지 말고 속으로 삭여 보라더니, 바위에 눌린 것처럼 신경이 마비되는 더 깊은 좌절은 아무것도 아닐 것이라더니, 아직 갚아야 할 빚이 산더미임을 알기에 아득합니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 앞에 안정이 올까요? 궁금한 표정의 비가 내립니다. 하루 종일 내리는 빗사위에 감꽃이 다 지겠습니다. 달짝지근한 시간이 가고, 오지 않을 시간은 감꽃 사이로 숨어들어 튼실한 열매를 키우느라 산통을 겪겠지요? 떫은 시간을 덮고 달짝지근하게 붉어지는 그날을 기다리며 기약 없는 그리움에 지처 가도 오늘은 참는 법이 움틉니다.

 

 


 

바깥의 경험 장성호

 

 

한 이방인이 어린 덩굴 모두에게

반갑게 손짓하며 말한다

 

작년 가을에 붉게 물들어 말라죽은 줄 알았는데

그대들을 또 싱그럽게 만났구나

 

우리들은 매년 가파른 벽을 타고

세상 구경을 실컷 하지요

 

우리들은 하루하루 푸르게 살다가 속절없이

저 세상으로 가는 거지요

내년에 우리 친구들을 또 만나실 거예요

 

그는 그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말한다

나도 같이 갑시다

 

 


 

대낮 정세훈

 

 

적시지 못한 눈물 마음에서 펼치네

공허한 슬픔 안주하지 못하네

무르익지 않은 대화 거리를 떠도네

간절했던가 사랑 산산이 흩어지네

찬란하여라 혼합된 감성 허공에 맴도네

헛웃음 뒤죽박죽 귓전에 달라붙네

 

밤으로 가네

활기차게 어두워질 우리들

 

 

                             *월간 우리7월호(통권 제44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