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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조한일 시집 '낮은말 받아쓰기'의 시(8)

by 김창집1 2025. 7. 25.

 

 

오래된 그물

 

 

바다를 덮쳤었던 오래된 그물 하나

따가운 여름 햇살 포획하듯 삼킨다

수천 번 제 몸 던지며

꿈꿨을 만선 귀항

 

물 밖에 나온 물고기처럼 헐떡이며 포구에 누우니

그물코에 걸려드는 시간의 비늘을 본다

모진 삶 촘촘히 살아온

바다로 또 가려 하네

 

 

                                                           *강요배 그림
 

1947년 관덕로의 봄

 

 

723월 초 탑바리 아이 조 아무개

정해년 316인이 숨진 발포에 대해

무엇도 듣지 못한 채

북국민학교 들어간다

 

도남 농부 송덕윤

도남 농부 김태진

오라 농부 양무봉

아라 농부 오문수

박재옥 도두 애 엄마

허두용 북국민학교 학생까지

 

그 후로도 반세기 살암시난 살아졌다는

레드 아일랜드 누명 속 위리안치 벗어난 증언

7년 반 광풍 몰아친

제주섬의 생환기

 

시위와 관람 사이 백비와 정명 사이

맹독성 이데올로기의 말굽에 또 차여도

끝끝내 나뒹굴다가

다시 서는 봄이여

 

 


 

메이데이 on Cheju-do

 

 

노동절과 같은 날 낯선 작명 메이데이

평화는 아지랑이, 쟁취하는 것이었다

불타는 오라리를 찍은

선전영화 악마의 편집

 

김달삼 김익렬이 움켜쥔 제주의 운명

내통과 밀고 마3일 평화협정 외줄 타다

공작의 시나리오가

결렬시킨 연미의 봄

 

무장대 소행으로 둔갑한 민가 방화

핏빛 화산섬 서막 연 미군정의 명분 찾기

불씨를 스리슬쩍 당겨

대학살을 허하다

 

 


 

범섬

 

 

남도 땅 남쪽 바다 웅크린 범의 혈육

수직형 물의 문자에 부딪히는 저 파도

수만 개 주상절리가

기립박수 치는 거다

 

움푹 파인 해식동굴 너울을 포획하고

저 건너 강정마을 상처 입은 구럼비

*치는 단애를 보며

목호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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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의 제주어.

 

 


 

0849분을 인양하다

 

 

4월이 와도 맹골수도는 아무 말이 없구나

 

푸르던 꽃잎들이 물속으로 지던 날

있어도 없었던 나라 여전히 변한 게 없고

불러도 대답 없는 삼백넷 이름 앞에

절대 잊지 않겠노라는 팽목항의 그 약속

가만히 있으라면서 그들만 탈출했다지

안산에서 제주까지 끝나지 않은 수학여행

기울어진 세월호 속 꿈 많던 내 아이들아

그 먼 곳 그 산하에도 시간은 가고 꽃은 피니?

그렇게 다녀온다던 너희들은 가고 없고

아무것도 모른 채 너는 가고 나는 남고

 

사일육 공팔 시 사십구 분 아직 인양 중이란다

 

 

                        *조한일 시집 낮은말 받아쓰기(가히,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