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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강윤심 시집 '속울음으로 꽃망울 맺고'의 시(5)

by 김창집1 2025. 7. 28.

 

 

그녀

 

 

시를 읊조리듯 낮은 음성

커피를 내리는 손길 옆에서

계란빵을 접시에 올린다

 

짧은 안부에도 늘 감사

나는 오늘 누구를 위한

사랑을 전하지 못했다

 

카페문을 나서다

바람 한 점 없는 오후

겨울은 그녀로부터 따스하다

 

 

 

 

귀가 시간

 

 

야식 장사를 마치고

새벽으로 시동을 걸어놓는다

 

누수가 흐르듯

땅으로 눈꺼풀이 풀린다

 

거리에는 아무도 없이

이따금 재빠른 킥보드 지나간다

 

비탈길 솜 태움 양철 쪽문으로

쏜살같이

여명의 샛바람이 든다

 

 


 

커피콩 사랑

 

 

한 번 더

안아주지 못하였다

 

스물아흡 떠나보내고

큰 나무로 서 있는

 

글썽글썽 붉은 열매

목젖 부어오른 그리움

 

함께 마시던 커피잔

어루며 있다

 

 


 

무의미

 

 

생명의 뿌리는 어디에 있는가

길을 걷다 밟힐 듯 소스라치는

나의 발바닥 아래 노란 화관

민들레 아기꽃 웃고 있다

 

쇄골 아픈 바람이 불 때마다

머플러 휘휘 감겨오는 통증으로

길을 나서면 생명의 물소리

충혈된 눈으로 마음의 창 여는

 

나는 늘 미안하다

공원의 자갈돌을 밟으며 아픈 발

어깻죽지 그리고 그리움에게

날개 피어있는 가난을 선물한다

 

 


 

소소호호

 

 

길을 걷는다

바람과 함께 어스름길

중년의 허리춤 그 골목을 가고 있다

소소흐흐 교복 왼쪽 가슴에 명찰처럼

두 갈래 땋은 머리 어깨 위로 내리고

소녀 인형이 웃고 있는 하안 집 북카페

 

책을 고르며 단발머리 여자가 웃고 있다

한 켠 긴 소파 탁자에 모인 그녀들은

조각 케익과 허브티

댕우지와 찹쌀 와플

 

낡은 책상 지평선을 그려내듯

웃음소리

그때 철수와 명희는 잘 살고 있다지

우리의 첫사랑 동화책 속으로

네잎클로버 갈피 초승이 뜬다

 

 

                                        *강윤심 시집 속울음으로 꽃망울 맺고(한그루, 2025)에서

                                                       * 사진 : 요즘 한창인 해녀콩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