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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문순자 시조집 '가끔 섬으로 돌아가 울고 싶을 때가 있다'(6)

by 김창집1 2025. 7. 31.

 

 

찰나

 

 

능히 발 뻗어도 될 천여 평 밭인데도

 

굳이 열차처럼 돌담레일 넘는 정오

 

불러도 속수무책인

 

저 기적汽笛

 

호박꽃나팔

 

 


 

테우가 사라졌다

 

 

어쩌다 비정규직 안전펜스도 잘렸는지

이호해수욕장 심벌같이 깃발을 날리던 데우

한 마디 안내방송도 없이

수면에서 사라졌다

 

트로이 목마 같은 조랑말등대로 마실 갔나

십여 년 전만 해도 자리돔 뜨던 뗏목

날렵한 조형물로 남아

바람이나 낚고 있다

 

 


 

으름난초

 

 

삼 년 만에 왔는데

또다시 돌아가라면

 

어느 절 밥그릇 같은

바리메오름 들머리

 

한 생애

허기진 가슴

소신공양 하겠네

 

 


 

연화못 빗소리

 

 

아무래도 호랑이 장가를 가나보다

오락가락 빗소리 연화못에 빗소리

꽃단장 어머니 뒤를 따라가던 빗소리

 

느네 아방 보나마나 새장가 가실 거여

귀양풀이 그 심방 입을 빌린 한마디

연화못 연꽃에 피는 풀무치 울음 같은

 

 


 

오라동 메밀밭

 

 

가을걷이 갓 끝난 오라동 저 메밀밭

뭉덕뭉턱 잘려 나간 저 붉은 그루들이

유부도 검은머리물떼세

가녀린 발목 같다

 

가까이 다가가면 바람처럼 날아오르는

갯지렁이 파먹는지 연신 종종거리다

밀물녘 조각 갯벌에

자리다툼 하던 텃새

 

 

          *문순자 시조집 가끔 섬으로 돌아가 울고 싶을 때가 있다(작가,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