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시탐탐虎視眈眈 - 정형무
오랜만에 물가 온 기념으로
서블 잠기게 한 보희寶姬처럼
시원하게 볼일을 보시는데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때마침 대가리 빼꼼 내민 자라
돌팔매에 맞아
구워 먹힐 뻔 했다네
어긔야 어강됴리
저 건너 아슬한 벼랑 끝
어이하리오, 자줏빛 진달래 한 송이
아으 다롱디리
오늘밤 접신을 허락하시면, 아으
세상 꽃 모다 꺾어 바치오리다
어긔아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 소멸의 환煥 - 최대남
지고 있다
한 순간
꽃으로 피었던
인연들
평생을 살아도
살수록 아쉬운데
봄날만 같은데
저렇게 미련까지
아름답게 흩날리며
떠날 수 있을까
꽃잎같이 아름다운 웃음 흘리며
떠날 수 있을까
짧아도 아쉬움 없이
누운 저 모습
탄생보다 곱다

♧ 꽃 피는 밤 – 한상호
밤이면 피어나는
가슴 시린 별들을 보며
그대 어니 있을까
별밭을 서성이네
밤에도 지지 않는
돌나물 노란 꽃을 보며
그대 아닐까
빈 주머니 뒤적이네
그대 별이 되었나
그대 꽃이 되었나
내가 하늘을 보면
별은 꽃으로 핀다
별은 꽃으로 피는데
그대 왜 못 오시나
그대 오지 못하는 이 밤
별은 왜 꽃으로 피나
별이 떠도 어두운 밤하늘
꽃이 피어도 멀어진 뒷모습만

♧ 염 – 김정식
얼굴을
닦고
손을
닦고
몸과
팔과
다리를
닦고
수의로
갈아
입히고
가족을 보낸다
짧은 시간에 긴 시간을 묶는다
조용히
혼자
남아,
남은 자와
혼자
남은 자가
홀로
대화 한다
오랜 염念을 한다.

♧ 비오리 – 김정원
비오리가 넘실넘실 강물을 헤엄쳐 간다
꼬리가 길게 자라 윤슬 위로 다리를 놓고
수평으로 뾰족이 치솟아 오르는 삼각산이
곧장 산자락부터 흐물흐물 허물어진다
삶을 완성하려고 하루하루 삶을 허무는,
충분히 수고한, 수면을 다 달린 활주로 끝에서
비오리가 가뿐히 날아간다 가장 아름다운 갈무리,
붉은 노을 꽃 흐드러지게 핀 강 건너 서쪽으로
*월간 『우리詩』 7월호(통권 제445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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