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심장 없는 시인, 켓 띠
미안마항쟁이 백 일째로 접어들던 어느 날
‘그들은 머리를 겨누지만
혁명이 심장에 있다는 걸 모르고 있다’고 외친
나이 마흔다섯 미얀마 시인 켓 띠는
미얀마 군부에 의해 어디론가 끌려간 후
심장과 모든 장기가 적출당한 채
하루 만에 텅 빈 주검으로 버려졌다
켓 띠의 외침을 듣고서야
혁명이 머리가 아니라 심장에 있다는 걸 알아챈 그들은
닭 잡듯 개 잡듯 시인의 심장을 도려낸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들은
시인이 말하는 심장의 의미를 미처 알지 못했다
심장을 도려내는 기술은 눈부셨으나
심장이 바로 사랑이란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가슴에서 가슴으로 밀물져오는
자유와 민주와 평화에 대한
인간의 존엄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라는 걸
그들은 알지 못했고 알려 하지도 않았다
약탈당한 심장 대신 수만의 사랑으로 되살아난
미얀마 시인 켓 띠는 세 손가락 치켜들고
세상의 심장을 향해 외치고 있다
우리의 시에 심장이 없다면
그건 시가 아니다
우리의 노래에 심장이 없다면
그건 노래가 아니다
결코 혁명이 아니다

♧ 난징 국수
역사는 난정대학살이라 불렀고
일본열도는 난정 대 함락이라 미화했다
동경은 축제 분위기였고 어느 식당에서는
난정 대학살을 기념하는 새로운 상품
난징 국수를 출시했다
대성황이었고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고기 씹으면서 면발 끊으면서
난정을 피로 물들인 천황의 군대를 찬양했고
국물 들이키면서 하해 같은 천황의 은덕에
눈물 콧물 하염없이 흘렸다
덴노 해이카 반지이!
덴노 해이카 반자이!
일주일만에 난정을 접수한 일본은
삼시에 난정을 아비규환 지옥으로 만들었다
미처 배에 오르지 못한 중산(中山)부두엔
산처럼 시체가 쌓여 굴비 썩듯 썩어갔고
양자강 물결은 선짓국이 되어
크고 작은 핏덩이가 둥둥 떠다녔다
썩고 타는 냄새가 난정 하늘을 먹빛으로 물들였고
비 내리고 바람 불어도 가시지 않았다
살아남은 사람도 살아 있는 게 아니었다
팔이 없거나 다리가 없었고
있다 해도 이미 동공이 비어 있었다
전쟁이 필요한 자들은 손바닥 뒤집듯
그 빌미를 만든다 그 결과 수만에서 수백만의
선한 사람들은 총과 칼 때로는 물과 불의 제물이 된다
어린아이였고 노약자였고 주로 여자였다
80년 전 오키나와를 출발한 97식 폭격기가
난징의 모든 것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회항길에 잠시 머물던
모슬포 알뜨르 비행장
당분간 나는 국수를 끊기로 한다
*김수열 시집 『날혼』 (삶창시선, 202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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