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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월간 '우리詩' 8월호의 시(5)

by 김창집1 2025. 9. 1.

 

 

공항의 이별 - 이수미

 

 

다정한 포즈로 스마트폰에

애태우듯 추억을 담는다

 

나란했던 발걸음으로 바라보던 하늘

베갯머리 은은하게 감돌던 당신의 체취

 

가슴 아리게

십여 분 기나긴 작별 키스도 하고

 

다시는 못 볼 것처럼

주르륵 주르륵 눈물도 흐르고

 

사진보다 더 짙게 담긴 아쉬움

공중에 떠 있는 구름 속에 묻어 두고

 

이별하는 공항이지만

상봉하는 곳이 또한 공항이지

 

 


 

향일암에서 이윤진

 

 

쏟아지는 햇살 받으며 향일암에 올랐다

갓김치 톡 쏘는 맛 은근하게 받아 쥐고

세월 무상함에 바라보이는 가을 하늘

일주문이 반갑게 열어 준 바람 한 줄기

멀리서 보이는 쉬는 배의 한가로움이

안식년을 맞은 그대를 닮았다

미소를 뿌리듯 사람들의 대화 소리

바다의 표정과 음성

이제야 알 것 같다

먼 곳의 무심한 아름다움에

가끔은 아련한 이상을 떠올렸다는 걸

바위틈에서 영혼을 먹고 자란 소나무 한 그루

세상 은밀한 이야기를 끌어안는다

산모퉁이의 바람이 훌쩍 파도를 뛰어넘는다

바다는 굽이쳐 흐르고 향일암의 단아한 모습

물결의 선율이 노래를 한다

가을 빛 따라 청명하게 빛난다

 

 


 

애면글면 이효성

 

 

휴지통에는

검게 탄 삼겹살 눌어붙은 잡채 퍼진 라면 생선 대가리와 잘린 지느러미 먹다 만 족발

 

너무 자주

괄하거나 과하거나 부족했다

설탕 소금 향신료 탓을 하거나

다 주의력 부족입네 넘어가기도 뭣해서

요리 교실을 찾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

 

잊을 만하면

때깔 나게 감자당 한 뚝배기 끓여 내는 일도 없는 것은 아니어서

 

생은 종종 종잡을 수 없는 것

오늘 분 바람을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는 누구도 몰라

 

밤이 꼬박꼬박 방문하는 일은

기적에 가까워서

새 칩으로 갈아 끼워진 나는

비우지 못하고 있는

바탕화면 귀퉁이의 휴지통을 뒤져 본다

 

너무 힘을 주다 부러뜨린 칫솔

수염을 잡아 뽑는 면도날

손가락을 빠져나간 조각난 화분

구겨서 내동댕이친 원고 파일들

 

태생지로 귀향하기 위해 다음 열차를 기다린다

빛바랜 의식意識의 주름을 벗겨 내는

나날의 의식儀式

 

 


 

단 한 번 - 이화인

    -절규

 

 

단 한 번도

꽃을 피운 적 없는 풀이

봄이 오면 움이 트고 새잎을 낸다

 

꽃을 피울 때까지,

제 몸이 꽃이 될 때까지,

더는 봄이 오지 않을 때까지,

 

단 한 번만이라도

꽃이 질 때

제 이름을 부르고 싶었다.

 

 


 

선운사 - 이학균

 

 

미당의 동백을 보러 선운사엘 갔었네

 

선운사 동백은 철망 뒤에 몸을 숨기고

이파리로 입을 가리고 있었지

 

동백은 수줍은지 나를 보고도 웃어 주지 않더군

나도 서운한 마음에 입을 꾹 다물고 있었네

 

사십 년이 되도록 선운사 동백은

생각만 해도 가슴 아린 짝사랑처럼 남아 있어

 

지금도 선운사엘 가면 동백 근처엔 가지도 못하고

계곡에 얼굴 담그고 눈물만 씻고 오네

 

 

                *월간 우리8월호(통권제446)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