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강윤심 시집 '속울음으로 꽃망울 맺고'의 시(7)

by 김창집1 2025. 9. 3.

 

 

 

강아지풀

 

 

아파트 울타리에

두런거리며 앉아 있는

보조개 고운 아씨들

 

다갈색 머리 흔들며

세상에 찌든 것은

바람결에 떠나보내지는

 

소연이

늦은 밤 학원에서 돌아올 때

달빛에 비친

, 강아지풀 새삼 반가웠을

요 작은 것 생각하니

그리 예쁘다

 

속살 붉은 가을볕 마당

솜털 고운 얼굴 보노라면

목덜미로 미끄러지는

웃음소리

하늘도 함께 웃고 있다

 

 


 

맥문동 꽃

 

 

8월의 뙤약볕을 견뎌야

맺은 사랑도 떠날 채비를 한다

 

묵언수행하며 걷는 공원길

양말을 벗어 맨발로

자갈돌 밟으며 돌아설 때

풀섶에 저 홀로 키우는

보랏빛 그리움

우리 오래도록 만난 사이 같다

 

느닷없이

늦여름 소나기가 지나간다

옥빛 방울방울 열매로

눈물 가득 차오른다

 

 


 

부추꽃

 

 

우리 사랑 끝나지 않았다

눈물샘 키우며

죽순처럼 자라나는 상처의 그늘

목선 길게 울고 있는

하안 울음

 

 


 

달맞이꽃

 

 

야트막한 비탈길

그대가 있다

바람 따라 몸 뉘고

달빛 아래

옷고름 풀어 놓는

물찬 그리움

 

 


 

무명초

 

 

분명 네게도 이름이 있지

무슨 주름꽃이라 하더구나

어찌 네게 주름꽃이라 했을까

 

답답하여 동네길 걷다

내가 네게로 네가 내게로 닿은

외진 골목

 

아무 말도 전하지 못하고

우리는 피어났지

콘크리트 바닥 흙꽃으로

 

 

           *강윤심 시집 속울음으로 꽃망울 맺고(한그루,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