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인의 말
한계를 넘지 못하고 바둥대던
내 사념의 파편들을
밖으로 내쫓는다.
추레한 내 시詩들이여,
거친 세상 조심히 다니시라!
2025년 가을, 양전형

♧ 봉숭아
하늘이 너에게 매달려
하늘거리는 거 좀 봐
땅바람이 너에게 붙들려
버둥거리는 거 좀 봐
하늘 보며 하늘천 한 송이
땅을 보며 따지 한 송이
늦여름 울담 그늘
분홍 입술 달싹이는
나직나직 너의 목소리

♧ 쇠별꽃
어제 잠 속 별밭에서
주머니 가득 별을 숨겼는데
이즈음 시들어 가는
내 얼굴을
가만가만 보던 쇠별꽃
내 주머니 속 별들
언제 훔쳐 갔는지
아침 햇살 마주 보며
마당 구석에 초롱초롱 띄워 놨네

♧ 구절초의 아침
귀뚜라미 울며
가을앓이 서걱이는 밤을 굴려 갈 때
그대를 생각하며 긴 잠에 들었더니
무더기 구절초 저렇게 피어났네
아침 하늘 머금고 핀
꽃송이들
내 생각이 그려낸
님의 하얀 얼굴

♧ 나비 난초
초름한 화분에
붉은 나비들 피었소
그대는 가뭇없고 봄날은 다시 오고
화경에 바짝 부풀다
동동 동동 떠 있소
날아도 날아봐도
날지를 못하오
접어도 접어봐도 접어지지 않소
그리운 내 맘이 저러오
불서럽게 피었소
*양전형 시집 나 다시 필 거야 (한그루, 202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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