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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고영숙 시집 '꿈을 나눠 먹어요'의 시(1)

by 김창집1 2025. 9. 10.

 

 

시인의 말

 

 

태양

지구

 

그리고 나의 순서로

일식이 완성되었다

 

내일이 눈부시다면 그 때문일 것이다

 

 

20258

고영숙

 

 


 

티슈

 

 

깃털처럼 얇은 사람들이 포개져 있다

 

송곳으로 그은 가파른 심장을 가지고 놀다 뼈를 깎듯 바스러진다 그깟 사랑들 그깟 이별들은 한 끗 차이라고 우리에게 들이미는

 

흰 비늘의 꽃

 

 


 

잘못 없는 꿈

 

 

오래오래 참으면 나도 눈부셔질까요

 

잠깐씩 깨어나

베개에 묻은 흙을 털면

나의 바탕색은 남향이었을까요

 

꽃나무 아래에서 죽은 인형은

차가운 밤이 되고

우린 매일 좋은 꿈을 나눠 먹어요

실패한 꿈은 세상에 없는 기원이 되고

반려식물처럼 길이지는 머리카락

 

아직 꿈에 봉인된 인형은

나쁜 이야기가 아닌

오히려 선몽이라고

 

아무 잘못 없는 꿈은

나에게 말하지만

식어가는 잠은 말수가 적이요

 

국화꽃을 던지면 말린 꿈은

생생한 잎맥이 돋아나요

울어야 할 때 울지 못하면

깊은 잠을 못 잔다고

 

남은 꿈을 심는 뿌리 없는 사람들

 

 


 

감염

 

 

피도 오래되면 슬픔의 냄새가 나

 

말라버린 상처를 통과하다

순식간에

솟구치다

뛰쳐나가고

 

피의 기원을 찾는 사람이

풀어놓은 붉은 액체

따뜻한

박테리아에서 왔다고

 

믿는다

 

실낱같은 저항은

늘 출혈을 동반하고

물컹한 피 한 방울의

소용돌이치는 기습에도

딱 그만큼의 희망이 조용히 흐르고

 

물러져서 서러운

내성(耐性)을 건너갈 때까지

이건 매끈한 악몽이라고

번지는 속도까지 아름답다고

 

배후는 나를 사랑한 당신들이지, 누구도 의심하지 않아

 

붉은 피로 돌고 도는

나에게 묻네

 

너는

물이 든 거니

 

원래

피가 그런 거니

 

 


 

내가 얼마나 카페인을 사랑하는지도 모르면서

 

 

마음 이끄는 대로 가면 늘 혼자 아팠다

 

날아가는 흰 문장을 하늘에 접은 날

더 깊이 태몽을 오리면

신묘한 그림자가 태어났다

실을 풀고 당기며 놀다

나를 떨어뜨렸다

 

꿈 밖으로 도망친 곳, 생시

 

머리 검은 짐승을 풀어놓고 산다는

여기에

핏줄도 녹이 슬어

비린 후생을 만들었다

끌어안을 게 사람밖에 없어

말귀가 어두운 신()

풀리지 않던 나도

눈물 한 방울을 엎지르고 달아나는 이승

 

 

                    *고영숙 시집 꿈을 나눠 먹어요(여우난골,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