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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문순자 시조집 '가끔 섬으로 돌아가 울고 싶을 때가 있다'(8)

by 김창집1 2025. 9. 13.

 

 

복불복

 

 

장맛비 물러나간 우리 밭은 전쟁터다

감귤나무 사이로 뻗어 나온 덩굴손들

연초록 뿔을 맞대며 백병전을 치른다

 

더러는 망보는지 우듬지까지 기어오른

참외 물외 애호박 일룩무늬 수박 동메기

옆구리 수류탄마냥 대롱대롱 매달렸다

 

이판사판 공사판 감염병도 끼어든다

삼십삼도 땡볕 아래 마스크가 웬말이냐

대놓고 콕콕 쪼아대는 까치밥은 복수박

 

여름 한철 농사는 어쩌면 복불복이다

노랑 연두 둥글둥글 차오로는 콘테나

내게는 전리품 같은 저 감귤밭짓거리

 

 


 

제주수선화

 

 

모슬포 바람인가

성산포 바람인가

 

어느 돌담길에 받아 든 금잔옥대

 

누구냐

향기만 남아

취한 듯 안 취한 듯

 

 


 

물외가 쓰다

 

 

식물은 누가 뭐래도 햇살을 따라간다

감귤밭 한 귀퉁이 물외 수박 애호박

허접한 감귤밭짓거리

천지사방 덩굴손들

 

이름에 물자 수자 들면 보나마나 물푸대다

낮이면 섭씨 34도 열점 같은 땡볕 아래

서너 번 물조리질론 감당할 재간 없는

 

그래서 그런 건가

물외가, 물외가 쓰다

껍질 벗겨 채로 썬 된장 양념 물외냉국

목 타는 그리움의 농도

몸으로 항변하는

 

 


 

목신에 기대어

 

 

풀 나무 한 그루도 존재 이유가 있다는데

남의 손에 맡겼다 다시 찾은 묵정밭

잣돌담 아카시아 둘레

여긴 그냥 덤불숲이다

 

장마 전에 끝내야 양배추라도 심을 텐데

농지 정리 한다고 읍사무소를 찾았다

경해도 소낭 아니 난 어니 십디강’* 하란다

 

혹여 동티날까 막걸리 몇 잔 올리며

여차저차하니 부니 정처定處를 구하소서

끝끝내 관명이란 말

야박해서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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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소나무가 아니라서 불행 중 다행입니다라는 제주어.

 

 


 

두견이

 

 

실버 케어 특화교육 수료한 그 다음날

 

그 나이

뙤놈 주지맙서~

뙤놈 주지맙서~ 뙤놈 주지맙서~~

 

노꼬메 오름 둘레길

두견이 저 울음소리

 

 

   *문순자 시조집 가끔 섬으로 돌아가 울고 싶을 때가 있다(작가,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