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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계간 '제주작가'의 시(3)

by 김창집1 2025. 9. 14.

 

 

卽決 處分(즉결처분) - 오세진

 

 

陸地에서 오신 분 손 들어보세요

 

 


 

밤이라는 접두사 홍미순

 

 

길 공기 우동 식빵 앞에

밤을 새우면 불면의 밤

밤길

밤공기

밤우동

밤식빵

밤이라서

허한 배를 채워 주던

밤이어서

더 따뜻한 온돌방

밤길만 걸어 온 그녀

하얗게 그리움을 새우면

어머니가 보고 싶은 밤

밤공기에 기대고 있는

별빛 달빛 가로등 불빛

모락모락 떠오르는 우동 앞에

품속같이 부드러운 식빵 안에

어머니는 밤을 채워 주었다

 

 


 

다랑쉬오름 소사나무 김연미

 

 

솔솔솔소 살살살사 바람 소리가 들려요

빗자루질 소리 같은 영혼의 낮은 목소리

가슴에 고인 슬픔을 쓸어낼 수 있을까요

 

탈락된 받침처럼 떠나가긴 싫었어요

물매화 눈동자 같은 달빛 내리 비치는 곳

피신의 최후 보루가 여기까지 였어요

 

바람결 사이마다 발자국을 내밀어요

결핍을 먹고 자란 뼈뿐인 줄기들이

비탈진 배경에서도 휘청이지 않아요

 

분재된 나무처럼 전시될 순 없었어요

가지 다 잘려나간 그 날의 동굴을 나와

다랑쉬 분화구 옆에 집단 거주 중이에요

 

 


 

당신의 밤은 어때요 김진숙

 

 

택배 상자를 열자

쏟아지는 사유의 밤

 

잘 여문 밤톨 하나 손에 쥐고 만져본다

 

고맙고 단단한 질문

당신의 밤은 어때요

 

키보드 자판들이

어둠을 다듬는 동안

 

밤의 가장자리에 웅크린 당신과 나

 

아팠어, 말하지 않아도

먹먹한 밤이 고이고

 

지난 계절 나의 뜨락은

생밤 같은 달의 나라

 

겹겹이 포개두었던 불면을 다독이며

 

이제는 아프지 말자

포르르 굴러간다

 

 


 

바다 쓰레기 줍다 오영호

 

 

비양도 바닷가는 배앓이를 하고 있다

made in Korea, China, Japan까지

밀려온 쓰레기들은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

 

봉지 컵 플라스틱 병 그물과 밧줄들이

구명에 코를 박고 돌을 붙들어 안고

파도의 흐름에 맞춰 훌라춤을 추고 있다

 

저것들 100년이 가도 소화가 안돼요

토박이 김 씨 부부 힘겨운 말소리까지

마대에 주위 담는 순간 갯*바람이 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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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계간 제주작가여름호(통권 제89)에서

                                                  *사진 : 더운 여름밤 바닷속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