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卽決 處分(즉결처분) - 오세진
陸地에서 오신 분 손 들어보세요

♧ 밤이라는 접두사 – 홍미순
길 공기 우동 식빵 앞에
밤을 새우면 불면의 밤
밤길
밤공기
밤우동
밤식빵
밤이라서
허한 배를 채워 주던
밤이어서
더 따뜻한 온돌방
밤길만 걸어 온 그녀
하얗게 그리움을 새우면
어머니가 보고 싶은 밤
밤공기에 기대고 있는
별빛 달빛 가로등 불빛
모락모락 떠오르는 우동 앞에
품속같이 부드러운 식빵 안에
어머니는 밤을 채워 주었다

♧ 다랑쉬오름 소사나무 – 김연미
솔솔솔소 살살살사 바람 소리가 들려요
빗자루질 소리 같은 영혼의 낮은 목소리
가슴에 고인 슬픔을 쓸어낼 수 있을까요
탈락된 받침처럼 떠나가긴 싫었어요
물매화 눈동자 같은 달빛 내리 비치는 곳
피신의 최후 보루가 여기까지 였어요
바람결 사이마다 발자국을 내밀어요
결핍을 먹고 자란 뼈뿐인 줄기들이
비탈진 배경에서도 휘청이지 않아요
분재된 나무처럼 전시될 순 없었어요
가지 다 잘려나간 그 날의 동굴을 나와
다랑쉬 분화구 옆에 집단 거주 중이에요

♧ 당신의 밤은 어때요 – 김진숙
택배 상자를 열자
쏟아지는 사유의 밤
잘 여문 밤톨 하나 손에 쥐고 만져본다
고맙고 단단한 질문
당신의 밤은 어때요
키보드 자판들이
어둠을 다듬는 동안
밤의 가장자리에 웅크린 당신과 나
아팠어, 말하지 않아도
먹먹한 밤이 고이고
지난 계절 나의 뜨락은
생밤 같은 달의 나라
겹겹이 포개두었던 불면을 다독이며
이제는 아프지 말자
포르르 굴러간다

♧ 바다 쓰레기 줍다 – 오영호
비양도 바닷가는 배앓이를 하고 있다
made in Korea, China, Japan까지
밀려온 쓰레기들은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
봉지 컵 플라스틱 병 그물과 밧줄들이
구명에 코를 박고 돌을 붙들어 안고
파도의 흐름에 맞춰 훌라춤을 추고 있다
저것들 100년이 가도 소화가 안돼요
토박이 김 씨 부부 힘겨운 말소리까지
마대에 주위 담는 순간 갯*바람이 순하다
---
*바닷가
*계간 『제주작가』여름호(통권 제89호)에서
*사진 : 더운 여름밤 바닷속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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