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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김영란 시집 '동백 졌다 하지 마라'의 시(10)

by 김창집1 2025. 9. 19.

 

 

무등이왓

 

 

콩타작 뒷그루

싹이 튼 이삭콩

 

손 놓친 아이처럼

파르르 떨고 있는,

 

육거리 뚫린 길 따라

포위망 좁혀오고

 

영문도 모른 채

총부리에 숨져간

그 마을 사람들

돌아올 줄 모르고,

 

딸아이 원혼이었나

애기동백

진다

 

 


 

여섯 개의 점으로 쓰인 비문에 대하여

 

  오래 묵은 슬픔이 버짐처럼 피어나요 찢어지던 통곡은 아득한 기록인가요 수천 번 아니 수만 번 주저앉은 문장인가요 썼다 지우고 썼다 지우고 끝내 못 보낸 문자처럼 위령비 비문에 찍힌 여섯 점 마른 눈물인가요 죽은 사람은 있는데 죽인 사람은 어디 있나요 피해자는 간데없고 희생자만 남겨놓은 수상하고 치욕적인 그 문장을 용납할 수 없잖아요 동포의 학살을 거부한 그게 무슨 죄 인가요 차라리 빨갱이 폭도로 남아 잘못된 역사를 증언할래요 손가락 총 하나로 이승 저승이 나뉘고 벼랑 끝 내몰려도 희생자라 적지 마요 잘난 체하지 마라 나서지도 마라 모난 돌 정 맞는다 큰소리 내지 마라 손가락질에 죽어나간 옳고 바른 사람들 그들을 겨눈 손가락 뭉툭 잘라 제단 위에 바치고 싶어요 점 하나 점 둘 점 셋 점 넷 점 다섯 점 여섯 이것이 마지막 눈물이길 바라며 터지는 분노를 삭여 말없는 위령비가 섰네요

 

 


 

성산포 일몰

 

 

그 섬의 동쪽에서

오래도록 서성였다

 

사유하고

질문하라

묵묵히 견딘 하루

 

그 섬의

비망록에는

후기가 없었다

 

 


 

동백 졌다 하지 마라

 

 

탄압이면 항쟁이다

 

마지막 저항 같은,

 

 

동포의 학살을 거부한다

 

운명의 뿌리 같은,

 

 

핏줄이 핏줄에게 보낸

 

무언의 당부 같은,

 

 


 

꽃들의 예비검속

    -코로나19

 

 

유채꽃 일생 위로

트랙터가 지나갔다

 

등뼈가 무너지고

혀가 잘려 나갔다

 

더 이상

최후변론은

필요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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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사대로 20만 명 가까이 방문하던 축제까지 취소했지만, 상춘

객과 관광객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자 서귀포시가 결국 유채꽃밭을 갈

아 엎었다.

 

 

              *김영란 시집 동백 졌다 하지 마라(한그루,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