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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월간 '우리詩' 9월호의 시(3)

by 김창집1 2025. 9. 22.

 

 

죽음의 자세 김세형

 

 

화려한 장미 무늬 식탁보 위

크리스털 화려한 등잔불 빛 아래

하얗게 빛나는 등근 접시 위의

핑크빛 왕새우 두 마리-

이마와 꼬리를 서로 맞댄 채

마주 바라보며

옆으로 조용히 누워 있다.

등이 굽어 태어난 탓에

평생 단 한 번도

서로 껴안아 보지 못한 채

마주 바라만 보다

조용히 숨을 거둔 두 연인-

나의 쇠 젓가락 삶의 자세는

그 핑크빛 하트 사랑의 자세 위에서

입을 따악, 벌린 채 멈춰 있다.

등이 굽었기에 사랑을 완성한

애련의 연인들이여-

영원한 사랑,

죽음의 자세여-

 

 


 

유리 같은 사람들 김은옥

 

 

위태롭다

잘못 포개어진 유리컵이다

우리는 한 쌍의 고슴도치

벗어나려 몸 비틀수록 실금이 늘어갔다

바늘조차 세울 수 없었다

몽유병 앓는 몽유도원도의 밤을 더듬다가

황사 뒤집어쓸 때에도

비에 씻겨 나가기도 하면서

태풍도 건드리지 못하는 내 마음의 공포를 보았다

태풍에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는 유리창들도 보았다

성에가 지나가고 진눈깨비가 지나갔다

초록을 숨 쉬다가 기나긴 장마를 견뎌야 했다

가을이 온다

황혼에 세상 모든 유리창들이 빛나기 시작한다

우리는 조금 더 위태로워지겠지만

다가올 겨울의 무심無心을 견디기로 한다

 

 


 

환우換羽 - 김 완

 

 

한평생 양계장을 운영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유정란과 무정란의 차이에 대해 생산성과 가격에 대해

15개월 정도 되면 노계가 되어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노계는 고기를 전문으로 하는 하림 등에 넘기면

가공하여 다시 동남아시아 등에 팔려나간다

노계가 되기 전에 닭을 적절하게 교체해 주어야 하는데

그 시기를 도저히 맞출 수 없을 때는 주는 사료를 조절하여

인공적으로 환우라는 과정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노동 작업 행위의 털갈이를 하고 새로운 닭이 되면

달걀을 낳고 부가가치를 내는 생산성이 다시 회복된다

자연 속에 사는 시골 닭들은 저절로 그리되기도 한다

 

! 나도 나태와 안일의 껍질을 벗겨 환골탈태할 수 있다면

 

 


 

동네 어귀 김정원

 

 

새가 둥지에

지붕을 이지 않는 것은

자기 등이 지붕이기 때문이다

 

임금이 용상에 앉아야

마침내 완성되는 일월오봉도처럼

 

새가 들어 날개를 접어야 등지는

망루에서 위험을 경계하고

최전방에서 비를 방어하는

온전한 집이 된다

 

센 바람에게 가장자리를 내주고

혼자여서 고독한 것이 아니라

고독해서 혼자 웅크린

 

지붕이 날아간 둥지는

나목 우듬지에 걸려 있는

내용 없는 액자다

 

고향에서 고향을 찾다가

마음이 무너져 돌아가는

나그네 뒷모습이려니

 

 


 

밤경치 - 김정원

 

 

조용한 북한 신의주와

시끄러운 중국 단동을 연결한

기찻길을 응시한다

 

한국전쟁 때 끊어진, 지금은

조명이 화려한 철교 위에서

한국 현대사를 생각한다

 

남의 나라를 침략하고 노략질하여

백두에서 한라까지 하나였던

나라와 겨레를 둘로 갈라놓은

일본, 중국, 미국, 소련, 영국

모두 요망하기 그지없다

 

그들이 일부러 끼어들지 않았다면,

스페인 속담처럼,

바보라도 자기 집 사정을 현자보다 더 잘 아는

형제들끼리 피나게 싸우다 피가 동나면

어떻게든 화해하고 한 집에서 함께 살았을 것을

 

신의주 고층 건물 꼭대기에 붉게 빛나는

일치단결이라는 글씨가 유난히 얼비치는

어둡고 차가운 압록강에서

 

북한 땅을 맨눈으로 보니

감개무량하기보다는 만감이 교차한다

대검에 찔린 우리나라 옆구리처럼 쓰라린 마음에

 

 

                      *월간 우리9월호(통권 제447)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