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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김수열 시집 '날혼'의 시(13)

by 김창집1 2025. 9. 24.

 

 

무등이왓 땅살림굿

 

 

날은 갈라 신축년 정칠월 스무나흘 되옵네다.

무슨 연유로 올리는 이 공서냐 허옵거든

밥이 어신 이 공서도 아니옵고

옷이 어신 이 공서도 아니웨다.

옷광 밥은 사람이 살암시믄

빌어서도 밥이요 얻어서도 옷이우다마는

무자기축년 그 험악한 시절에

조 갈고 보리 갈던 밭을 뒤로허고

안거리 밖거리 뒤로허고

퐁당거리 뒤로허고

땅 설고 물 설은 길을 떠나

혼으로도 넋으로도 돌아오지 못한

무등이왓 영혼영신님네

삼밭구석 영혼영신님네

조수궤 영혼영신님네

사장밭 영혼영신님네

동광리 영혼영신님네

혼디 불러모아 치성으로 정성으로 올리는

이 공서 되옵네다.

 

돌아올 수 없는 마을, 무등이왓 목 좋은 밭이

동광 삼촌님네 손을 빌어

철없고 분시 어신 것들이

있는 정성 없는 정성 모두아 좁씨를 뿌리고

고고리가 덩드령마께 고치 여물민

그걸로 오메기떡을 맨들앙

누룩에 술을 빚고

그 험악헌 시절 오갈디 어신

동광리 삼촌덜 모다졍 살던

큰넓궤에 정성으로 치성으로 보관허였다가

내년 사삼 때 삼만 영혼영신님 신전에

맑은 술 혼잔 올려 보카 허연 드리는

이 공서 되옵네다.

 

 

 

험악헌 사삼 시절

동광리에서 죽어간

억울허고 원통현 일백오십육 영혼영신님네

이름도 올리지 못헌 무명 영신님네

조농사옌 헌 건 들어본 적은 있수다만

허여본 적은 어신 분시 모르는 것들이우다

저 푸르른 것이 조인지 검질인지도

분간 못 허는 철딱서니 어신 것덜이우다.

분시 어신 것덜이옌 내무리지만 말앙

잘못허는 일 있걸랑 크고 족게 욕허영 바로잡아주곡

초불 두불 세불 검질도 잘 다스려 주시곡

이제 고고리 여물어가민

죽자사자 달려들 온갖 참새 왼갖 잡새들도

솔솔 달래엉 저 밭담 너머로 강 놀랜 잘 고라주십서

 

오늘 설상은

옛 선생님네 허던 법대로 밥도고리에 메 올렸수다

수정에 맞게 숟가락 올리고 청새도 올렸수다

주잔그릇도 수정 에 맞게 올렸수다

사삼 시절

서룬 나이에 죽은 두린 영혼영신님네 적시로

동고리 사당도 몇 개 올려시메

하다 칭원허게 생각 마랑 이 술 한 잔 받앙 가십서

넋은 넋반에 담곡 혼은 혼반에 담아

이 술 한 잔 올렴시메

동광리 삼촌덜 아픈 디 어시 허여주곡

여기 참여허신 많은 분덜

넋날 일 혼날 일 어시 허여주곡

허는 일마다 잘되게 두루두루 굽어살펴 주십서이

 

 


 

무등이왓 조 비는 소리

 

 

가을바람이 건드령허난 조도 비엄 직허구나

어으어어으어 어으어어어 홍애기로구나

 

비소곰 고튼 내 호미 도라 몰착몰착 비어나 보게

어으어어으어 어으어어어 홍애기로구나

 

보름아 보름아 불 테면 하늬바람으로 불어오라

어으어어으어 어으어어어 홍애기로구나

 

건들건들 하늬보름 불어졍 혼저 싹싹 비어나 보자

어으어어으어 어으어어어 홍애기로구나

 

동광 삼촌덜 웃씨 뿌리곡 곱 어신 것덜 묘종 심건

어으어어으어 어으어어어 홍애기로구나

 

승욱이 영화 허리 그차지명 이날저날 검질 매였고나

어으어어으어 이으어이어 홍애기로구나

 

올금년 신축년 와작착 와작착 태풍 광풍 불언

어으어어으어 어으어어어 홍애기로구나

 

어랑어랑 올라오던 조덜 이래착 저래착

어으어어으어 어으어어어 홍애기로구나

 

43 시절 무등이왓 삼촌덜 죽어 가듯 이래 착 저래 착

어으어어으어 어으어어어 홍애기로구나

 

요 노릇을 어떵허코 아이고 요 노릇을 어떵허코

어으어어으어 어으어어어 홍애기로구나

 

꿈에도 조가 시꾸앙 쓰러진 조덜이 아른아른 시꾸앙

어으어어으어 어으어어어 홍애기로구나

 

양파망 사들령 와랑와랑 하나둘썩 모염꾸나

어으어어으이 어으어어어 홍애기로구나

 

호나라도 살려 보젠 호나라도 건져 보젠 모염꾸나

어으어어으어 어으어어어 홍애기로구나

 

선들선들 보름 불고 쓰러진 것덜 서로 의지허영

어으어어으어 어으어어어 홍애기로구나

 

죽단 살아남꾸나 드랑드랑 조코고리 요물암구나

어으어어으어 어으어어어 홍애기로구나

 


 

시 낭송 들으명 손풍금 소리 들으명 요물았구나

어으어어으어 어으어어어 홍애기로구나

 

개발시리여 하간 조덜이여 덩드령막개고치 요물았구나

어으어어으어 어으어어어 홍애기로구나

 

이 조를 비어사 허느네 이 조를 비어사 허나

어으어어으어 어으어어어 홍애기로구나

 

개발시리덜랑 내후년 좁씨로 부개기에 보관허고

어으어어으어 어으어어어 홍애기로구나

 

나머지 조덜랑은 오물조물 오메기떡 맨들아 보지

어으어어으어 어으어어어 홍애기로구나

 

누룩에 잘 버무령 오메기술 맨들아 보저

어으어어으어 어으어어어 홍애기로구나

 

오메기술 멘들앙 고소리술 내리와 보저

어으어어으어 어으어어어 홍애기로구나

 

고소리술 내리거들랑 옹기항에 고이 담양

어으어어으어 어으어어어 홍애기로구나

 

무지막지헌 43 시절 동광 삼촌덜 곱안 살아난

어으어어으어 어으어어어 홍애기로구나

 

큰넓궤에 곱져 두자 동광 삼촌덜 고치 곱져 두자

어으어어으어 어으어어어 홍애기로구나

 

이 술은 그냥 혼잔 두잔 먹는 술이 아니여

어으어어으어 어으어어어 홍애기로구나

 

43 시절 동광에서 죽어간 백쉰여섯 영혼이 내리는 술이여

어으어어으어 어으어어어 홍애기로구나

 

내년 43 때 삼만 43 영령들 영전에 올릴 술이여

어으어어으어 어으어어어 홍애기로구나

 

이디 산 자 저니 죽은 자 호나 되는 술이여

어으어어으어 어으어어어 홍애기로구나

 

조도 비엄 직이 하늬보름 건드령허게 불어왐져

어으어어으어 어으어어어 홍애기로구나

 

이디 조다 비어시민 저디 조 확 비어사 헌다

어으어어으어 어으어어어 홍애기로구나

 

조심조심 비어사 헌다 비엄 직이 비어사헌다

어으어어으어 어으어어어 홍애기로구나

 

써넝헌 보름 오기 전이 제기제기 비어사 헌다

어으어어으어 어으어어어 홍애기로구나

 

 

                       *김수열 시집 날혼(삶창시선 87,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