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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양전형 시집 '나 다시 필 거야'의 시(2)

by 김창집1 2025. 9. 23.

 

 

까치무릇

 

 

그립다는 말은

하는 게 아니다

너처럼

먼 하늘 보며

꽃몸 하나에 생각 한 송이

곱게 피어 있으면

그리움이다

 

 


 

장미 한 송이 드립니다

 

 

바람이 읽어 내고

고개를 끄덕이는

시붉은 고백록입니다

 

한 잎 한 잎

부풀어오른 내 마음

꽃부리 가득

채워 낸 언어입니다

 

 


 

배롱낭꼿

 

 

뜨건 몸

햇살에 비벼대던 배롱낭*

긴 몇 밤 건너더니

꽃을 내기 시작한다

 

동글동글 부픈 꽃망울들

내 안에

주책의 나이에도 매달린다

 

피고 떨어지고 여물고 피고

정갈한 옷매무새

활활 백 날이 탄다

 

 

*배롱낭 : ‘배롱나무의 제주어.

 

 


 

시의 몽환

 

 

  오랜만에 시와 마주 앉았다. 그를 내 종이로 이끌었으나 요지부동이다. 이윽고 나는 메마른 미라. 그의 초롱한 눈이 내 얼굴 훑으며 그의 종이 위에 나를 쓴다. 시가 나를 어떻게 썼는지는 몰라도 그 종이 위에서 동물원 냄새가 풍긴다. 그럴 때마다 나는 되돌아오는 목숨. 시가 나를 떠난다. 내 연필은 그의 손에 들려 있고, 그가 남긴 종이는 또다시 백지다

 

 


 

배반의 능소화

 

 

한때는 연인처럼

마당의 능소화 고운 웃음

내 눈으로 쓰옥 쏙 안겨 들더니

 

내 나이 칠순

차츰 쭈그령이 돼 가는 모습

싫었는 듯

울 밖으로만 나가며 피네

 

고개 홱 돌린

목이 긴 뒷덜미

달아나려 하네

 

 

                       *양진형 시집 나 다시 필 거야(한그루,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