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재크와 콩나무
천국인줄 알았다
하늘만 보이길래
구름탄줄 알았다
절로 흔들리기에
재개발
고층 아파트
어디까지 오를까

♧ 소리의 귀환
한풀 꺾인 집어등 불빛
수그러드는 엔진소리
바다도 불경기라
늙은 아내 한숨 소리
사는 게 만선인거야
메아리치는 헛기침 소리

♧ 빈 노트 사용법
사는 건 이기적이야
채울 게 너무 많아
별이 총총, 물결 일렁
정리할 게 너무 많아
일단은 반반 나눠 봐
밑줄 긋는 수평선

♧ 노란 신호등
갈까 말까 따라 갔더니
신호마다 꼴찌다
갈까 말까 멈췄더니
일등 한번 해보네
반반의 선택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 어리연꽃
파르르
저 여린 몸짓
세상이치 다 알아
채근하지 않아도
말 잘 듣는 아이처럼
단박에
아침 해 뜨듯
불쑥 깨어 앉았어
*한희정 시조집 『립스틱 지우는 저녁』(목언예원, 202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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