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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강윤심 시조집 '속울음으로 꽃망울 맺고'의 시조(9)

by 김창집1 2025. 10. 4.

 

 

오누이

 

 

초저녁 하늘에 별 하나

가슴에 지닌 기억

눈가로 달무리 진다

 

사진을 꺼내 보다

개울물 소리로 닿는

물빛 고운 울 오빠

 

그해 새벽 귀갓길

여름 소나기 여울지며

둥둥 둥둥

지지 않는 포말꽃

 

 



덧버선

 

 

자취생 딸내미 겨우살이

어머니는 당신의 덧버선을

벗어 신겨 주셨지요

 

빛바랜 세월

첫눈처럼 하얀 기억으로

하늘의 편지를 읽습니다

 

이제는 발 시리지 않지?

세상 사람들은 아름답다

그래, 아파하지 않는 거다

 

 



친정 가는 길

 

 

한라산 중턱 굽이돌아 온 버스

하례리 입구 정류장에 내리고

안개 자욱한 좁은 길 접어드는

길목

개망초꽃 하얗습니다

 

이맘때 모란꽃이 보이는 뜰

작은 연못가에서

아버지하고 부르고 싶지만

무슨 사연 그리도

빗자루질

하는

개구리 울음소리

 

어머니하고 부르고 싶지만

민들레꽃 진 자리 돌담 짚으며 오는

희미한 그림자

한 줄기 바람에 흩어질까

초인종 없는 대문을

목젖이 아프게 누릅니다

 

 

 

 

돛배

 

 

바람의 섬

당신은 오늘도 바람으로 닿습니다

키 큰 벚나무 잎새에

파도처럼 바람 일고

 

어기어차 어기어차

등짐 내리지 못한

아버지의 무거운 물채옷

젖어 있어 울지 못하는

 

당신은 그렇게 순비기꽃처럼

굵은 울음 묻었지요

파도의 섬 물보라

어디로 가고 있는지

 

돛대 따라 끼룩끼룩

나는 갈매기 소리에

당신은 다시 바람으로 일어섭니다

 

 



가마솥 순댓국

 

 

초입으로 접어드는 겨울

어머니

어여 가거라 손사래짓 그립습니다

 

아기 손 주먹만 한 그리움 품고

가슴은 늘 노을빛 울음

저 불덩어리로도 못 태우는 보고픔

 

배냇저고리 젖내음이 나는 듯

탁자에 놓인 막걸리 한잔

순댓국 뚝배기 한 사발

어머니 고맙습니다

 

 

*강윤심 시조집 속울음으로 꽃망울 맺고(한그루,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