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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양전형 시집 '나 다시 필 거야'의 시(3)

by 김창집1 2025. 10. 5.

 

 

가난의 입

 

 

서포리밥* 강냉이밥*

모멀는젱이범벅* ᄂᆞᆷ삐범벅*

 

가난한 명찰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던 시절

 

그 이름들은

제법 의기양양 익으며

내 허기증을 쫓아냈네

 

그때마다 어머니는

내 입으로 당신 배를 채우시면서

빙시레 웃으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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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포리밥 : 설익은 보리를 삶아 말려 쌀 대신으로 지은 밥

* 강냉이밥 : 강냉이 가루를 중심으로 잡곡이나 고구마 등을 섞어 지은 밥

* 모멀는젱이범벅 : 메밀나깨에 고구마 호박 무 등을 섞어 지은 범벅

* ᄂᆞᆷ삐범벅 : 메밀가루에 무채를 썰어 넣어 만든 범벅

 

 

 

 

 

 

멈추지 않고 가는 시간 원망하지 말자

멈추지 않고 오는 세파 미워하지 말자

계절은 늘 우리들 눈 속에서 오고 간다

원망도 미움도 우리들 눈 속에서 산다

어차피 인생인 것 눈 뜨고 다 봐야 한다

 

 

 

 

선인장꼿

 

 

  가당오당 ᄇᆞ레민

  넙작ᄒᆞᆫ 몸 폐와 놩

 

  올레에 사둠서 와상흔 가시로 찌를 듯 ᄒᆞ여도 난 그자 ᄌᆞᆷᄌᆞᆷ으로 누게 따문 벌겅케 물든 나 가심 달래멍 터박터박 뎅겨신디 오널 낮인 제라ᄒᆞ게 시벌경ᄒᆞᆫ 꼿 피왓네

 

  꼿으로

  나 ᄆᆞ심 찔를 줄

  셍각이나 헤시커냐

 

 



뻐꾸기 타령

 

  익은 봄 한낮의 무료가 잠시 적막을 풀어놓는다 이럴 때 내 사유는 공허를 찢으며 내려온다 나는 내 사유의 멱살을 잡고 흔들며 시 한 줄 내놔라 한다

 

  가까운 숲 뻐꾸기 두 마디 단음이 기진맥진한 내 사유의 어깻죽지에 날개를 부추기다가

 

  이내 단조로운 뻐꾸기 소리가 먼산으로 옮겨진다 아, 저 뻐꾸기 한 마리 잡아다 뻐꾹 소리 두 마디의 의미까지 통째로 삶아 내 노트에 시 한 마리로 떠억 올려놓을 수 있다면 누가 맛있게 뜯어먹을지도 모른다

 

 



또 봄이네

 

 

밤비 사흘

주절주절하는 소리에

칠순의 내 눈 귀가 불러낸

저 두런두런 초록잎들

 

그렇지

말문 꽉 잠그고

으실락기*

또 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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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실락기 : ‘다른 사람들이 예측 못한 것을 갑자기 말이나 행동으로 나타 내는 모양'의 제주어.

 

 

                *양전형 시집 나 다시 필 거야(한그루,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