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김종호 시집 '강나루의 대화'의 시(10)

by 김창집1 2025. 10. 10.

 

 

이상한 늪

 

 

그가 둑을 쌓은 후

흐름이 끊긴 늪이 되었다

팔딱이던 것들은 침전되고

악취와 가스의 분출로 시야가 뿌옇다.

원색의 꽃들은 강렬하였으나

벌도 나비도 날아오지 않았다

비라도 부슬거 릴라치면

늪에는 웬 주검들이 둥둥 떠다니고

성폭력도 뺑기칠*을 하면 예술이 되는가

지킬 박사의 현신인지 천의 얼굴로

그만의 법전에서 아니면 죄가 아니다.

그는 핍박받는 혁명가, 홍위병에 둘러싸여

그에게 죄를 묻는 자는 돌무더기가 되리라.

땅을 쿵쿵 울리며 민주주의 팻말을 흔들지만

이제 그를 믿는 사람은 없다.

사람들은 점점 지쳐가고, 이 나라에

무슨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

 

---

* 뺑기칠 : 페인트칠. 일본어에서 유래한 토속어.

 

 



무성한 입

 

 

그것은

무성한 동굴

 

끝없이

마른 바람이 불어나와

 

숲은 마르고

땅 위에 구르는 정의여

 

열흘이 되어도

가화(假花)는 지지 않고

 

무성한 동굴에서, 그는

기념 화석을 새기고 있는가

 

 



돌멩이 2

 

 

-” 울면서

몽고반점 같은 돌멩이 하나

손에 꼭 쥐고 나왔지

밤마다 울어대는 고양이처럼, 그 돌멩이

주머니 안에서 늘 울어대었지

연못가에서 개구리에게 던지고

동개*에서 물수제비를 튕기고

또 누구에게 바르르 떨고 있다

저 간음한 여인에게

소리치며 뿌리고 싶다

 

청년은 왜 가슴이 뜨거운 것인가

돌멩이는 왜 뛰쳐나가고 싶은가

손이 부르르 떨리는 순간,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치시오.”

내 손을 잡아채는 이 누구신가

먼 길 절뚝거리면서

끝내 던지지 못한 돌멩이

가을 양지 바른 섬돌 위에서

고양이처럼 늘어져 자고 있다

그 잠 깨우지 않으려고

요동치는 세상, 질끈 눈을 감는다.

 

---

*동개 : 동쪽에 있는 개(물가).

 

 



돈아

 

 

돈아,

하늘에 오른 돈아

시샘과 분노와 탐욕으로

눈이 벌건 세상을

어쩌려는가?

 

돈아,

이 불편한 심기는 순전히

내게 돈이 없기 때문이지만

개 같은 돈아

같잖은 자에게는 마구 뿌리면서

나는 목구멍에 풀칠이나 하라는가

 

어이, !

네가 재벌이면, 지금

어떤 본새일까?’

 

하뿔사

오오 하나님, 제게는

굶어죽지 않을 만큼만 허락하심이

백번 지당하십니다. 아멘

 

 



열려라 참깨

 

 

아랫배는 빵빵하고

불안한 변기는

도무지 열릴 기미가 없다

끙끙거리다가, 번쩍 떠오른

40인의 도적이 우두두 달려 나온다

그적 장난기로

열려라, 참깨!” 했더니

깜빡 윙크를 하는 게 아닌가

열려라, 참깨!” 소리쳤더니

이번엔 배시시 웃는 거다, 그 더욱

아랫배에 힘을 주고 죽을힘으로

열려라, 참깨!” 했더니

한참을 빠지직거리더니

스르르 문이 열리는 게 아닌가.

하늘이 환하였다

 

요즘 거리에 널린 게 박사들이고

클릭 한 번에 만사형통인 세상에

좌충우돌, 죽자 사자,

꽉 막힌 세상

열려라, 참깨!” 하면

스르르 풀릴 것을

 

 

               *김종호 시집 강나루의 대화(푸른생각,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