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인의 말
생성과 소멸의 끊임없는 움직임이 이 우주법계의 법칙 안에서 반복되는 동안 생사의 변함없는 변화 속에 삶이란 스스로 오랜 세월 가시처럼 느껴졌던 고통과 부질없는 괴로움을 만들어 내는 어리석은 모습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죽음에서 삶을 피워 내는 무상한 흐름으로 수평선으로 다가오는 노을을 붙잡고 하루를 감사하게 보내며 작은 여유를 시에 싣고 저녁노을에 띄워 보냅니다.
을사년 여름
강연익

♧ 나를 찾아서
내 깊은 곳에 자리한 본래의 고향
마음속 숨어있는 그리움을 깨닫고
고향 찾아가리라는 원력을 세운다
이 송장을 끌고 다니는 나를 버리고
일시적으로 생기고 사라지는 허망한
그 자리에 나타나는 허깨비 같은 것들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며 살아야 할까?
이제껏 지배해온 욕망과 집착을 버리고
전도몽상에서 깨어 나를 찾는 일이다
고정관념인 온갖 상을 깨트리면
나비가 고추를 뚫고 나와 하늘을 날듯이
내 앞에 나타나는 모습이 진짜 나이다.

♧ 원죄
여기에 올 때 가지고 온 건 무엇일까?
그것은 빈 백지장 같은 마음일 뿐
시간을 먹고 그려가는 내 안의 그림들
이것은 영혼이 먹고 자라는 양식이다
하늘의 구름처럼 사랑은 내 가슴에 피어오르고
그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죄의 족쇄에 묶여 길 잃은 방랑자로 떠돌다
가을의 낙엽처럼 사라질런가?
인연 따라 왔다가는 것이 꿈이고
집착이라 해도 한바탕 연극을 하고 나면
막이 내리고 끝내야 하는 떠나는 먼 길
인생 목적지 찾아 헤매는 곳은 어딜까?

♧ 어색한 동행
흙이 되어 사라졌다가도
봄의 새싹으로 태어나는 꽃을
수목원 숲길에서 보았습니다
얼굴 붉히며 처음 만난 시선
지나는 바람이 인연으로 만나
그대와 같이 걷고 싶습니다
새와 꽃이 노래하는 숲속에
하르르 갑자기 꽃비가 내리면
어색한 마음을 가득 채워 줍니다
어둠이 오면 해결될 것 같아
아직 오지 않은 시간에 속한
어린 고요가 눈빛으로 마주칩니다.

♧ 생각이 바뀌어야
그대로 두고 바뀔 수는 없고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는 진실로
애착과 탐욕을 끊어 영원불변한
진짜 세계를 찾아 나서자
내가 옳다는 생각 때문에 서로를
이해해 주지 못하고 칭찬 못했지만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해하며 험담하지 말고 칭찬해 주자
미워해도 너그럽게 이해하면서
세상은 혼자가 아니고 함께 해야 하는
삶이기에 서로 이해하고 용서하는
마음으로 서로 돕고 노력해 가자.
*강연익 세 번째 시집 『노을을 붙잡고』 (그림과책, 202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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