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양말을 폐기했다
직립인 족속들은
밟는 법만 아는지
제 전부를 감싸주던
온기 아직 있는데
땅 디뎌 사는 힘인 걸
그 마음 벌써 잊어

♧ 보성시장
토종메일 면발 같은
저물녘 순대골목
피 터진 삶의 걸음
퇴근길 모여들면
후루룩
말간 은하수
삼등성 별이 뜬다

♧ 눈발
충만한 여행길에 쏟아지는 밤별처럼
연거푸 파닥거리다 잠잠해진 철새처럼
모른 척 입술을 덮는 그녀의 마음처럼

♧ 폭설의 유죄
좋은 척 깨끗한 척
일단 한번 덮어 봐
낮은 건 더 높이
오차 범위 줄여 봐
걸렸어
공수표 남발
너도 한번 갇혀 봐

♧ 꽃들이 사는 법
꽃들은 저들끼리 평가하지 않아요
필 때면 진지하게
질 때도 당당하게
제 빛깔,
슬픔과 기쁨
서로 입을 맞추죠
꽃들은 연대해도 비교하지 않아요
크다 작다, 밉다 예쁘다, 맞다 틀리다 몰라요
다함께
흔들리면서
공존할 뿐이죠
*한희정 시조집 『립스틱 지우는 저녁』(목원예원, 202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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