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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한희정 시조집 '립스틱 지우는 저녁'의 시(6)

by 김창집1 2025. 10. 13.

 

 

양말을 폐기했다

 

 

직립인 족속들은

밟는 법만 아는지

 

제 전부를 감싸주던

온기 아직 있는데

 

땅 디뎌 사는 힘인 걸

그 마음 벌써 잊어

 

 



보성시장

 

 

토종메일 면발 같은

저물녘 순대골목

 

피 터진 삶의 걸음

퇴근길 모여들면

 

후루룩

말간 은하수

삼등성 별이 뜬다

 

 



눈발

 

 

충만한 여행길에 쏟아지는 밤별처럼

 

연거푸 파닥거리다 잠잠해진 철새처럼

 

모른 척 입술을 덮는 그녀의 마음처럼

 

 



폭설의 유죄

 

 

좋은 척 깨끗한 척

일단 한번 덮어 봐

 

낮은 건 더 높이

오차 범위 줄여 봐

 

걸렸어

공수표 남발

너도 한번 갇혀 봐

 

 



꽃들이 사는 법

 

 

꽃들은 저들끼리 평가하지 않아요

필 때면 진지하게

질 때도 당당하게

제 빛깔,

슬픔과 기쁨

서로 입을 맞추죠

 

꽃들은 연대해도 비교하지 않아요

크다 작다, 밉다 예쁘다, 맞다 틀리다 몰라요

다함께

흔들리면서

공존할 뿐이죠

 

 

             *한희정 시조집 립스틱 지우는 저녁(목원예원,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