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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조한일 시집 '낮은말 받아쓰기'의 시(11)

by 김창집1 2025. 10. 31.

 

 

시들이 죽었다 살아나요

 

소비기한 따로 없어도 방부제 넣지 않아

짧은 생에 시들이 가끔 죽었다 살아나요

시인이 소비자 되는

상부상조 생태계

 

주문받은 시만 파는 효율성 높은 시인도

시세가 하락할 때 줍줍 해주면 빛이 나요

시들은 시들 일 없다는

심폐소생 계간평

 

 



산지 폐기

 

 

땡볕 우린 서리 맞고 하얗게 밤 지새며

금이야 옥이야 살갑게 안았다가

꿈에도 이제나저제나 수확만 기대했지

 

품앗이는 불법이라 나 홀로 시씨 심고

거름 주고 농약 치며 눈물로 키웠는데

마감날 닥치고 나니 과잉생산 우려 소식

 

이럴 바엔 갈아엎어 못 썼다 해버릴까

인건비도 못 건지는 계간 겨울호 36

빈 밭에 바람 든 무 같은 무지렁이 내 새끼들

 

사유다 서정이다 은유다 리듬이다

이 주제 이 정도로 쓰는 시인 흔하다 하니

시조단 수급 조절 위해 산지 폐기 선언할까

 

 



김정호와 김정호

 

 

이름 모를 소녀를 눈을 감고 부르던

 

그를 처음 봤을 때 조선의 그가 떠올랐지

 

이름을 몰랐던 길이며 고을 강산 찾아 돌던

 

그의 후예 내비게이션 내 향방을 좌우한다

 

두 다리가 GPS였던 도포 자락 그 사내

 

강토를 걷고 걸어서 땅의 악보 새긴 거지

 

조선 땅 대동여지도 9할 넘는 싱크로율

 

가장 한국적 그의 노래 어스름도 젖어 든다

 

누구도 가지 않은 곳에 길을 내던 김정호들

 

 



취재가 시작되자

 

 

뭉개던 난동 사건 3일 만에 해결되며

가해자 입건되고 신고자 안도하네

마법이 작동합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수없이 넣은 골목길의 교통 문제 처리되며

민원인 안심하고 골칫거리 없어지네

반전이 생겼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모 은행 은닉되던 대출사고 드러나며

피해자 눈물 나고 피의자 잡혀가네

기적이 일어납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엄마다!

 

 

한적한 카페 주차장 제비 아파트 열두 채

어미 새 벌레 물고 돌아오는 날갯짓

엄마다!

일제히 소리치며

입 쫙 벌리는 새끼들

 

순번을 정했는지 기다릴 줄 아는 새들

자식들 잘 먹어서 흐뭇해진 엄마는

먼 길에 숨넘어갈 듯해도

입 벌리지 않는다

 

 

                    *조한일 시집 낮은말 받아쓰기(가히, 2025)에서

            *사진 : 가을 꽃 - 위로부터 물매화, 진범, 금강초롱, 용담, 산국, 나도송이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