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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고성기 시집 '섬은 보고 싶을 때 더 짜다'의 시조(2)

by 김창집1 2025. 11. 2.

 

 

등대

 

 

파도가 부서지고

섬에 닿고 또 떠나도

등대는 귀를 열고

새소리만 듣는다

당신의

아픈 기억을

지켜주는 기다림

 

 



영등할망

 

 

얼마나 기다렸으면 입춘까지 못 기다려

초하루 귀덕 포구 버선발로 내려섰나

치마폭 감추어둔 봄 삐죽 고개 내밀었다

 

겨울이 할퀴고 간 상처를 보듬으며

하늘 땅 바다까지 두 손에 움켜쥐고

섬사람 마른 가슴에 봄의 씨앗 심었다

 

비우고 다시 채워 넉넉한 이 바다를

돌아서 다시 보며 소섬 포구 떠나는 날

북 쳐라 장구도 쳐라 이 섬 가득 여물도록

 

 



알고 싶으면

 

 

바다가 고향인 소금은

오늘도 궁금했어요

저리 깊고 푸른 바다는

얼마나 짠 걸까

옷 벗고

풍덩 빠져서

다 녹여야 알았어요

 

 



토끼섬

 

 

작지만 하얗고 검은 하도리 앞 바위섬

억겁의 시간이 밀려와 쌓이고 쌓인 모래 둔덕

홀러온 문주란 씨앗 다리 뻗고 누웠다

 

메마른 땅이어도 꽃은 피고 다시 지고

하얀 토끼 부부가 오순도순 살았다네

전설을 모래에 묻고 섬 이름만 남겼다

 

고향을 묻지말아 뼈 묻으면 제집이지

현무암 구멍마다 난향 가득 고여 있고

말없이 가슴을 열어 찢어지는 꽃술이여

 

 



시인은

 

 

바다는 그 어디에 파도를 숨겼을까

 

하늘은 가슴 어디

구름을 품었을까

 

시인은

구슬 같은 시어

언제 꺼내 꿰는 걸까.

 

 

                  *고성기 시집 섬은 보고 싶을 때 더 짜다(그림과책, 202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