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친정 나들이
사위 사랑은 장모라던데
못내 아쉬운 듯
어머니는 마당 한 켠
소국을 꺾어 한 아름 안긴다
날 저무니 어서 어서 가거라
등 떠밀 때
어이, 어이 목청 높여 발길 세우는
팔순의 아버지
몇 그루 감귤나무에서
청과를 딴다
끌어안아 보기에는
훤칠히 커버린 손자, 손녀
손등 어루다 말고
눈길 돌리는 돌담 너머
여우볕
여우볕이 스러진다

♧ 베란다에서 우는 귀뚜라미
어둠 함께 찾아온
네게 아픔이 있느냐
울어라
한 치 물러서지 않는 고독
촛대에 심지 박고
타들어 흐르는
촉루처럼 아프게 울어라
“엄마, 귀뚜라미 두 마리가
울면 좋겠다”
소연이가 한 말 사포질하는 밤
창문 열어 놓는다
산 굽이굽이
먼 길 찾아 가던 날
약속과 다르게 비구름
바람 맞서 목 놓아 울던
그날처럼 바람 드는 날
가거라 사랑아

♧ 별도봉에 부는 바람
소나무에 등 기대어
둥지를 본다
아버지
그 끝 닿을 수 없는
그리움
바다 건너
꿩 울음 섞인
갈바람
풀숲은
소금기 밴 아픔
털고 있다
통째로 떨어진
동백꽃과
들숨 날숨으로
노 젓는 파도

♧ 터
내 몸 핏줄로 뻗은
유년의 기억
아버지 목소리에 차오르는
안개숲
간밤 뒤척이던 한숨을 끌고 가는 파도
휘청이는 아침
그물 치다 말고
식은 보리밥 한술 베어 물면
파도는 또다시 날을 세우고
70 평생
한 됫박의 자리돔 퍼올린
텅 빈 가슴
너울 칠 때마다
훅훅,
큰 숨 들이킨다

♧ 아버지의 겨울
마른번개 치기도 합니다
사락사락 소리조차 없는
진눈깨비
새어드는 문풍지 바람
밤새워 주낙 꿰며
대청마루 그물 치는
기침 소리
그 소리마저 겨울
신새벽
깊은 바다로 끌고 가
너울 일으키는
고비마다
어느 한 곳
마른 곳 없는 겨울 바다
*강윤심 시집 『속울음을 꽃망울 맺고』 (한그루, 202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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