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강윤심 시집 '속울음을 꽃망울 맺고'의 시(11)

by 김창집1 2025. 11. 6.

 

 

친정 나들이

 

 

사위 사랑은 장모라던데

못내 아쉬운 듯

어머니는 마당 한 켠

소국을 꺾어 한 아름 안긴다

 

날 저무니 어서 어서 가거라

등 떠밀 때

어이, 어이 목청 높여 발길 세우는

팔순의 아버지

몇 그루 감귤나무에서

청과를 딴다

 

끌어안아 보기에는

훤칠히 커버린 손자, 손녀

손등 어루다 말고

눈길 돌리는 돌담 너머

여우볕

여우볕이 스러진다

 



베란다에서 우는 귀뚜라미

 

 

어둠 함께 찾아온

네게 아픔이 있느냐

 

울어라

 

한 치 물러서지 않는 고독

촛대에 심지 박고

타들어 흐르는

촉루처럼 아프게 울어라

 

엄마, 귀뚜라미 두 마리가

울면 좋겠다

소연이가 한 말 사포질하는 밤

 

창문 열어 놓는다

 

산 굽이굽이

먼 길 찾아 가던 날

 

약속과 다르게 비구름

바람 맞서 목 놓아 울던

 

그날처럼 바람 드는 날

가거라 사랑아

 

 



별도봉에 부는 바람

 

 

소나무에 등 기대어

둥지를 본다

 

아버지

그 끝 닿을 수 없는

그리움

 

바다 건너

꿩 울음 섞인

갈바람

 

풀숲은

소금기 밴 아픔

털고 있다

 

통째로 떨어진

동백꽃과

들숨 날숨으로

노 젓는 파도

 

 



 

 

내 몸 핏줄로 뻗은

유년의 기억

 

아버지 목소리에 차오르는

안개숲

 

간밤 뒤척이던 한숨을 끌고 가는 파도

휘청이는 아침

그물 치다 말고

식은 보리밥 한술 베어 물면

파도는 또다시 날을 세우고

 

70 평생

한 됫박의 자리돔 퍼올린

텅 빈 가슴

너울 칠 때마다

훅훅,

큰 숨 들이킨다

 

 



아버지의 겨울

 

 

마른번개 치기도 합니다

사락사락 소리조차 없는

진눈깨비

 

새어드는 문풍지 바람

밤새워 주낙 꿰며

대청마루 그물 치는

기침 소리

 

그 소리마저 겨울

신새벽

깊은 바다로 끌고 가

너울 일으키는

 

고비마다

어느 한 곳

마른 곳 없는 겨울 바다

 

 

             *강윤심 시집 속울음을 꽃망울 맺고(한그루, 2025)에서